무모했던 브리즈번의 세 번의 출장

세 번째 만남, 무거워진 마음

by ClaireH



우리 회사에 ‘대박 제품’이라고 불릴 만한 게 하나 생겼다. 호주산 마카다미아였다. 현지에서 원물을 받아 포장해 한국으로 수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매달 한 팔렛씩 꾸준히 나가자 본사에서도 기대를 걸었고, 우리 안에서도 “이걸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피어났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첫 출장. 나와 직원 한 명, 그리고 회장님이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단순한 미팅일 줄 알았지만, 2박 3일 일정으로 짜였다. 괜히 길게만 느껴지던 시간, 그런데 뜻밖에도 마카다미아 대표를 직접 만나는 자리가 성사되었다. 낮아진 가격과 연락처까지 얻었을 때, 우리도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작은 자신감이 스쳤다. 돌아오는 길, 성과가 반쪽뿐이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빈손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본사에서 한국 총판 라이센스를 따내기 위해 여러 차례 문의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고, 우리가 사용하던 포장 디자인이 마카다미아 회사

포장지와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변호사 이야기가 오르내리며 결국 디자인 전면 수정 요구까지 받았을 때,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두 번째 출장은 부사장님과 함께였다. PPT를 정성껏 준비하고, 일본과 필리핀 등 해외 전략까지 담아냈다. 하지만 회의 자리에 앉아 있자니 자꾸만 마음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금이 없다면, 이 모든 말은 결국 허상일 뿐이야.”

정말 그랬다. 아무리 자료를 잘 꾸며도, 뒷받침할 힘이 없다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나올 때 느낀 건 ‘우리는 너무 작은 회사구나’ 하는 자각뿐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출장은 더 무모했다. 약속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시드니에서 왔는데, 혹시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뜻밖에도 답장이 왔다. “좋지! 그런데 곧 퍼스로 떠나야 해서 공항에서 잠깐 볼래?”

심장이 두근거렸다. 준비가 안 된 모습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기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와 마주 앉은 한 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그는 회사 내부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오랜 패밀리 비즈니스 안에서 서열이 밀리고 있다는 것, 지금은 여동생이 주도하며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확실한 매출을 보장할 수 있는, 돈을 벌어다 줄 회사였다.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우리 사장님도 투자자를 찾아 헤매고 있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규모와 속도를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그에게 온 마음으로 응원과 감사를 전했지만, 사실은 스스로의 무력함만 확인한 셈이었다.


돌아오는 길, 퍼붓는 폭우가 내렸다. 차창을 두드리며 쏟아지던 빗줄기는 마치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

‘네가 어디에 서 있는지, 이제는 직시해라.’


세 번의 브리즈번 출장. 무모했고, 무도했고, 그러나 내겐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사업은 결국 돈과 추진력으로 굴러간다. 열정과 희망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다.

열정은 필요하지만, 결국 판을 키우는 건 돈과 실행력이다.



마카다미아 회사는 현재 여동생으로 대표가 바뀌었다. 그가 남긴 업적들은 추억 속에서나 기억되어야 할 것 같다. 한평생 열심히 이루었던 그의 ㅇ세월을 간직하며 이제는 편안히 노후생활을 즐기며 살고 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