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효과
원래 근육질 체형은 아니었다.
운동을 잘한다는 소리는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좋아하는 취미가 게임에 그림 그리기이다 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계속 체력이 안 좋아졌고
살이 쪄 갔다.
결혼할 때만 해도 85킬로이던 체중이
10년이 흐르자
급기야는 100킬로에 육박하게 되었고
체중은 그 이후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건강 문제도 생겼지만 무엇보다
점점 외모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어쩌다 찍히는 나 자신의 사진이
너무 보기 싫은 것이다.
뚱뚱하고 미련하고 둔해 보이는 모습
그래서 살을 뻬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걷기를 많이 해 보기도 하고, 등산을 해 보기도 하고
근력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 보기도 하고
그러나 식욕이 원체 좋은지라 결국은 좀 더 건강 한 돼지가 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전혀 체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술을 끊고 살다 보니
달리기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남처럼 시원하게 달리지는 못하고
슬로 러닝을 위주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에 러닝을 검색하기 시작한 순간
알고리즘은 러닝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고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전문가들의 지도에 자극받아
생각보다 꾸준히 달리기를 계속하게 되었다.
달리다 보니 조금씩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계속 향상되는 달리기 실력에 취해
무리해서 운동하다 부상을 겪기도 두어 차례
하지만 조금만 몸이 나아지면 뛰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 된 무렵인 지금....
체중은 10킬로가 줄어 있다.
극단적인 식이요법 없이 체중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아예 식이를 안 한 건 아니고 달리기 퍼포먼스를 높이려다 보니
먹는 걸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식생활이 건강해진 변화는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먹고 싶은 걸 잘 먹는 편인데
살이 이렇게나 빠지는 걸 보면
인생 처음으로 건강하게 살을 빼는 법을 알아버린 것 같다.
겨우 10킬로 체중이 줄어들었는데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살 빠져 보인다고 알아보기 시작한다.
게다가 바지 사이즈도 줄어들고
조금씩 옷맵시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면역력 저하로 달고 다니던
각종 질병들이 호전된 것은 덤!
이거 아무래도 평생 달리기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