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27. 일기
같이 일하게 된 여자 신입사원과 나이 차이가
무려 20살 난다.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은
그저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난다.
부지런한 성격과 긍정적인 태도,
공기업의 한계에 대한 이해까지 충분한, 때로는 어른스럽기까지 한 동료다.
회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선배들을 보아 왔다.
제일 싫었던 선배들은
회사 외 시간을 할애하여
놀아 주기를 바랐던 선배들이었다.
10살 이상 차이 나면 서 있는 자리와 관심사가 다른데
왜 그리 술자리를 추진하는지...
술을 사 주어도 업무의 연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덧 나도 나이를 먹고 그 선배의 위치가 되었다.
회사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게
너무나 좋은 사람과 일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좋은 후배와 일하게 되니
회사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좋은 후배에게는 절대로
배려라는 명목의 폐를 끼치진 말아야지
내 예전 기억을 돌이켜볼 때 가장 민폐는
술자리 강요였다.
그래서 나는 절대 회식을 주최할 생각이 없다.
원래 회식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물론 나보다 높은 사람이 추진하는 회식까지는
막을 수가 없기에 회식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회식 자리를 가더라도 무조건 8시에는
일어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나는 그 후배와
어쩌다 식사 자리도 절대 같이하지 않는다.
스무 살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사적으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리고 식사 시간만은 혼자 쉴 수 있어야지
업무적으로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순 없기에
조금 더 열심히 일해 보려는 생각이 매일 든다.
하지만 컴퓨터 시스템이나 ERP 사용법 등은 확실히
신입사원이 뛰어난 것 같다.
디지털 세대라 그런가
아무리 공조직이라고 해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기본으로 수반된다.
좋은 사람들이 동료로 오는 순간
서로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일할 의지가 솟아나며
업무 효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노답인 동료가 옆에 온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래서 요즘이 정말 감사하다.
회사 동료는 시절 인연이라 언제까지 같이 일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같이 일하기 좋았던 상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