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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Nov 07.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2화

여기는 아스타나 공항입니다.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저번 포스팅에서는 저와 함께 아스타나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7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지루하셨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러시아까지는 갈 길이 멀답니다. 아스타나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3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비행기에 탑승 후에도 약 4-5시간가량 비행기를 또 타야 합니다. 태블릿이 없는 비행기를요. 그래도 이제는 적어도 이 긴 시간을 알아주시는 여러분이 있어서 더욱 힘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와 다시 함께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는 아스타나 공항입니다.>

  

 비행기가 서서히 아래쪽으로 하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 창 밖은 계속해서 눈 덮인 풍경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드문 드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타나 공항인가 싶어서 자세히 쳐다 내려다보았지만, 너무 높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은 풍경이었다.

 비행기가 지상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휴대폰을 켜서 확인해보니, 현재 시각은 카자흐스탄 기준으로로 2019년 2월 8일 오후 5시 정도였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지 자그마치 7시간 반 만에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카자흐스탄이나 아스타나 공항에 대해 여행 전 간단히 조사한 정보들을 공유해보자면, 아스타나는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1992년 알마티가 이어오던 수도를 옮겨 받은 도시라고 한다. 즉 아스타나 공항은 카자흐스탄의 수도에 있는 공항인 것이다. 아스타나는 최첨단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시간의 환승 대기 시간 동안 가능하다면 밖을 나가보고 싶었으나, 공항 내에서만 체류가 가능하였기에 아쉽게도 공항 밖을 나가보지는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최첨단 도시를 두 눈으로 다시 확인하기 위해 아스타나를 재방문해봐야겠다.


 다시 아스타나 공항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환승을 목적으로 방문한 여행객은 아스타나 공항 전체는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구조였다. 입국 수속이 별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소개해드리는 아스타나 항공은 전체가 아닌 그 일부가 되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스타나 공항은 매우 작았다. 한쪽 끝에서 반대쪽을 바라보면 환승 대기 중에 있는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총 몇 명의 사람들이 있는지도 헤아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어 공간 전체를 한 번에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개 층은 미니 게임으로 충분히 시도해볼 만했다. 이후 공항을 떠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환승장에 있던 상점과 창 밖 풍경들이 아스타나 공항에서 볼만한 것들의 전부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공항 전체를 확인해보지 못한 아쉬움에서 드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좁은 비행기 내에 갇혀있다가 탁 트인 공항에 나오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공항 구경에 앞서, 시간도 3시간이나 있겠다 일단 의자에 앉아서 자유로움을 즐기기로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원스러웠다. 휴대폰의 현재 온도를 확인해보니 영하 32도였는데, 과연 그 풍경만큼이나 날씨 또한 지나치게 시원했다.

보이는 것은 눈과 비행기 그리고 지평선.

 최첨단 도시를 창 밖으로나마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원한 풍경이 펼쳐졌기에 아쉬웠다. 그러나 한국에 살면서 지평선을 볼 기회는 잘 없을 것 같아 광활하게 옆으로 펼쳐진 지평선이나마 실컷 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매 순간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 묘미지 않을까 싶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인 눈 덮인 들판을 보니 비행기 안에서 오랫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했듯 아스타나 공항에 내리면 시간적 여유가 될 때 아스타나 구경을 잠깐 하고 오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였는데, 밖을 보니 관광이 가능한 도심까지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1박이나마 아스타나를 거쳐가는 분들을 위해 조언자면, 영하 32도의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충분히 두꺼운 옷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아스타나는 카자흐스탄에서 사용하는 '텡게'라는 고유의 화폐가 있어야 관광을 할 수가 있으니, 환전도 필수다.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지만, 모든 아스타나 상점들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지, 카드 결제를 좋아하는 문화인지 자세히 알기가 어려우니 적당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공항을 탐험해보도록 하자.



 비행기 탑승객들이 수속을 마친 상태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비행기 게이트가 있는 1층과 2층이 전부였다. 1층에는 화장실과 흡연실, 선물가게, 서점이 있었고 주류, 향수, 초콜릿, 물, 과자 등 이것저것을 파는 잡화 상점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비행기만 타면 기내식은 어디로 가는지 배가 자주 고픈데, 1층에는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1층에 없다면, 2층에는 있지 않겠나 싶어 간단한 간식이라도 사 먹고자 먹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펍 한 곳과 카페 두 곳이 눈에 확 띄었다. 모든 곳에서 주전부리를 판매하였기에 어느 가게에서 음식을 시켜먹을지 고민하며 2층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2층에도 화장실이 있었다. 식사를 하다 용변을 보러 1층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2층을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장소를 찾았는데, 그곳은 바로바로 '캡슐호텔'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환율 등으로 인하여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시간에 약 7천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공항을 둘러보는 동안 벌써 1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캡슐 호텔은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때는 아스타나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6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캡슐 호텔에서 멀어진 우리는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오른편에 자리해있던 카페로 갔다. 느리긴 하지만 와이파이가 갖춰져 있었고, 커다란 화면에 빔프로젝터로 축구 경기도 틀어져 있었으므로, 덜 지루할 것 같았다. 물론,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메뉴판을 간단히 보다가 달걀 오믈렛과 연어 클럽 샌드위치 그리고 오렌지주스를 주문했다. 물론 값은 텡게 혹은 카드로 지불해야 했는데, 공항은 다행스럽게도 카드 해외 결제가 가능했다.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허기를 달래는 정도로는 충분한 양이었다.

 달걀 오믈렛은 설탕을 뿌려서 익혔는지 달달했고, 연어 샌드위치는 조금 짰다. 한 가지의 음식만 주문했다면 곤란했을 듯한데, 두 개의 메뉴가 일명 '단짠'의 조화를 이뤄 완벽했다. 오렌지 주스는 신선했는데, 정말로 방금 오렌지를 따다가 갈아서 내놓은 것 같은 맛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생과일주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얼음 없이 과즙만 채워져 있어 약간 미지근한 주스였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느린 와이파이로 나마 느긋하게 인터넷 문명을 즐기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에는 아래층에 내려가 가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잡화점이었다. 여러 가지 양주들과 술, 담배가 있었으며 초콜릿과 같은 과자들이 많이 있었다. 마지막 사진은 술 병이 엄청 크길래 찍어봤어요. 향수들도 생각보다 종류는 많았는데 특별한 느낌은 받지 못했기에 별도로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잡화점에서 너무 시간을 쓰는 바람에 기념품 가게와 서점은 허겁지겁 둘러봐야 했다. 사실, 가게들이 정말 작았기 때문에 구경할 거리가 많은 곳은 잡화점 밖에 없었다. 3시간은 식사와 아이쇼핑으로 훌쩍 사라지는 시간이었다. 기념품 가게를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돌리니, 공항에는 러시아행 비행기를 타실 분들은 게이트 B 앞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아스타나 공항에서 러시아로 가는 승객 자체의 수가 많지가 않았다. 대부분이 러시아 분들이거나 카자흐스탄 사람들이었는데, 내심 한국인들을 볼 수 있을까 요리조리 눈을 굴려보았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5시경에 도착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두워진 것을 볼 수 있다. 주머니에 넣어 뒀던 기내 물품으로 받은 안대를 꺼냈다. 이번에도 기내식으로 Chicken과 Beef 메뉴가 나왔지만 이전 비행기에서 먹은 것 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다시 사진을 찍어보았다. 한 입 먹어보니 바로 같은 음식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간식 상자와 기내 물품도 새롭게 받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스타나 공항 도착할 때 비행기에 기내 물품들은 두고 내릴 걸 그랬다. 간식은 챙길 공간도 없었기에, 일부만 먹고 뚜껑을 닫은 뒤 구석에 놓아두었다.

 곧 러시아에 도착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다시 잠을 청했다.


 모스크바의 세레메티예보 공항부터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여행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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