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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Nov 07.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4화

반가워, 모스크바 (1)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러시아에서의 첫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모스크바에 있는 관광지들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모스크바는 볼거리가 많아서 어디부터 방문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는데, 디마군과 디마군의 친구 '댄'이 고맙게도 일일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해서 함께 러시아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두 러시아 친구와 함께하는 모스크바 여행,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가워, 모스크바(1)>


 러시아에서의 첫날,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지금 시각은 2019년 2월 9일 오전 8시 30분이다. 어제저녁에 늦게 잠든 것 치고는 생각보다 눈이 빠르게 떠졌는데, 아무래도 여행의 기대감 때문인 듯했다.

방에서 본 호텔 외곽 전경. 하얗게 덮인 눈이 인상 깊다.

 디마와 10시쯤에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니 아침을 즐길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휴대폰을 확인하니 디마로부터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와있었다. 내용인즉슨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조금 더 늦게 만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가이드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기에 흔쾌히 괜찮다고 답하였다. 오전에 조금의 시간이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디마가 보내준 사진이다. 무슨 일인지는 사진 한 장으로도 설명이 충분했다.

 어제저녁에 야식을 먹고 잠에 들었음에도, 배에서는 야속하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식당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러시아답게 식당 입구에 곰 한 마리가 서있어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코스모스 호텔의 조식 또한 호텔 조식답게 메뉴들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많은 메뉴들이 있었다. 시리얼과 우유, 파스타 및 밥과 비트를 포함한 각종 채소들 그리고 삶은 달걀과 팬케이크, 펜케이크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블루베리 소스, 연유, 라즈베리 소스 등과 식빵 및 토스트용 기계, 치즈, 소시지나 마요네즈, 케첩, 머스터드소스 세 가지도 있었다. 후식으로는 과일들과 커피, 크루아상이나 머핀 등의 빵도 몇 가지 있었고 쿠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음식들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사과주스, 오렌지주스, 콜라도 준비되어 있었다. 스프로는 카샤(러시아식 타락죽)가 있었으며 파스타면이 있었는데 조금 충격적인 사실은 토마토 혹은 크림소스가 없어서,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 익숙한 나로서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쌀은 찰기가 없어서, 어차피 소스 없이 먹을 거면 파스타면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식당은 굉장히 넓은 편이라 앉을자리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사진으로 직접 보여드렸으면 더 좋았겠지만,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 식당 내부를 찍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호텔 조식은 만족스럽지도, 불만스럽지도 않은 평범한 정도였다. 그래도 카샤와 같은 러시아만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조식을 먹은 뒤 조금의 휴식을 취하고, 얼마 안가 디마를 만날 시간이 되었다. 눈 덮인 풍경을 볼 수 있었기에, 추위를 대비한 옷차림은 필수였다. 처음에는 롱패딩의 부피가 너무 커서 두고 갈까 싶었지만, 고민 끝에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여행 전에는 항상 현지 날씨를 확인하여 옷차림을 단단히 준비해서 출발하길 바란다.

호텔 입구에서 한 컷!

 댄은 푸슈킨스카야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서 갈 수 있었지만 러시아의 거리를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저희는 기꺼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푸슈킨스카야 역으로 가기로 했다. 코스모스 호텔 앞을 지나고 있으니 어김없이 몇몇의 택시기사 분들이 택시를 타지 않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그럴 때면 디마가 유창한 러시아어로 거절을 해주었다. 다시 한번 가이드를 해준다는 것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10분에서 15분 정도를 걸어가니, 코스모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베데엔하 역(V.D.N.Ha)에 도착할 수 있었다.

V.D.N.Ha. 역의 출입구

 모스크바에도 한국과 같이 '트로이카'라고 하는 교통카드가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추후 상트페트르부르그에도 가지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며 오직 모스크바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러분도 혹시 러시아 이곳저곳을 방문하시려거든 이 점을 유의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혹시 몰라 한국에서 출발할 때 작년 여행 때 구매한 트로이카를 찾아서 가지고 왔는데, 정상적으로 카드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추가로 카드를 만들어야 했기에, 발급하는 과정을 옆에서 관찰해보았다.

위와 같은 기계를 통하여 트로이카를 발급한다.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영어로도 화면 표시가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디마가 직접 발급을 도와주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영어로 언어를 변경하여 시험 삼아 작동시켜보았더니 충분히 발급이 가능할 것 같았다. 러시아어를 모른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트로이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유동 인구에 비하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발급해도 괜찮아 보였다. 발급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안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 100루블 정도였던 것 같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려거든 트로이카를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매번 표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급하게 찍느라 사진이 다소 흔들렸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깊이가 상당했다. 사실 국내에도 지하철역의 깊이가 상당한 역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은 에스컬레이터를 2~3번에 걸쳐 분리해놓은 느낌이라면 러시아의 경우 단 하나의 에스컬레이터로 지상과 지하를 연결시킨 듯 한 느낌이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현기증이 날 듯했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지하철역 또한 국내와 같이 역사가 복잡한 경우도 있었는데, 표지판을 잘 확인하고 타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표지판을 확인하는데 다소 시간이 들었다.

위와 같이 표지판들이 있어 방향 확인이 가능했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구형 지하철과 신형 지하철이 있었다. 두 가지 모두 탑승해보았는데, 구형 지하철은 문이 닫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문에 손을 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은 위와 같이 생겼다. 구형 지하철의 경우 별도로 전광판이 없었기 때문에 (신식의 경우 위 이미지의 역이 전자식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차역이 초록빛이 들어와서 이용하기가 편리했다) 내려야 하는 역을 철저히 기억하고, 안내 방송에 귀를 집중해야 했다. 들리기만 한다면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으나, 역 내가 시끄러울 경우에는 관광객으로서 지금 무슨 역에 도착했는지 확인하기가 곤란할 여지가 있으니, 그럴 때는 더욱 집중이 필요하다.


 곧 푸슈킨스카야 역에 도착해서 댄을 만나서 합류하였다. 푸슈킨스카야 역에는 모스크바 맥도날드 1호점이 있어서, 붉은 광장이나 크렘린 궁전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관광객들이 종종 구경 및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거쳐가는 장소라고 한다(디마 피셜). 당시 디마는 맥도날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맥도날드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무료 핫초코 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디마와 함께 여행할 경우 피곤하거나 목이 마를 때면 카페보다는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쉬어가곤 했다.

모스크바 맥도날드 1호점

 물론 댄과 만나서 함께 가려던 곳이 맥도날드는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붉은 광장에 가서 이것저것 보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몸도 녹이고 새 친구 댄과 인사도 잠깐 나눌 겸 들린 곳이 맥도날드였다. 사람들의 차림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날씨가 추워서 야외 활동하기 좋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핫초코를 통해 기운을 재충전할 수 있었다.

든든한 러시아 친구들의 뒷모습이다.


 맥도날드에서 구매한 핫초코는 추운 날씨로 인해 밖으로 나온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차가워졌다. 그 덕분에 핫초코를 식힐 필요도 없이 쉽게 마실 수 있었. 러시아 친구들의 안내를 받아 맥도날드 1호점에서 붉은 광장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거리는 물론 '가깝다'라고 했다. 실제로는 맥도날드 1호점으로부터 붉은 광장까지의 거리는 꽤 됐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 30분 이상 걸었던 것 같은데, 추운 것을 싫어하거나, 걷는 시간이 아깝다면 기꺼이 얀덱스 택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도착한 붉은 광장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붉은 광장에 커다란 공사가 진행 중이었어서 통행이 불가한 곳이 많았다. 당시 아쉬운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언젠가 꼭 다시 붉은 광장에 오리라 다짐하였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붉은 광장에는 크렘린 궁전과 성 바실리 성당, 굼과 같은 유명 관광지가 한 데 모여있어서 한 번에 여러 곳을 구경하기에 아주 좋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여행할 때 어디부터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붉은 광장부터 우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한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무료 공중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화장실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찾는다고 해도 청결을 보장할 수 없었지만 붉은 광장의 공중 화장실은 시설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붉은 광장의 크렘린 궁전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급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붉은 광장의 화장실을 기억해두자.


 이후 크렘린 궁전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성 바실리 성당을 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성 바실리 성당을 표지로 한 공책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책의 표지를 실제로 본다는 것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색감이 매우 화려한 성 바실리 대성당. 기억에 남을 듯하다.

 성 바실리 성당에서 다시 걸어온 입구 쪽으로 뒤를 돌아보면 아래의 사진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광장에는 관광지로 유명한 종합 쇼핑몰 굼(GUM)이 있는데, 해당 가게의 창문들이다. 굼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벽 쪽에서 보이는 입구를 따라 들어가도 되지만, 입구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길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 길을 따라 구경을 한 뒤 오른쪽으로 다시 꺾어서 굼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중간 지점 밝게 빛나는 곳이 '아름다운 길'이다.
굼의 외부 또한 아름답다.

 건물 외부의 조명에서 알 수 있듯, 밤에 본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비록 밝을 때 방문하였지만, 내일이나 모레에는 밤의 붉은 광장을 구경하러 한 번 더 방문하고자 한다.


 작년의 방문에서는 위에서 살짝 언급하였듯이 붉은 광장이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본 포스팅의 사진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장식들이나 천막으로 구성된 가게들이 모두 없었지요. 이번에는 걱정과는 달리 붉은 광장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마무리되어 2019년의 활기와 행복이 가득했던 붉은 광장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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