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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Aug 01. 2021

[꿈일기] 휴직이 일사천리

모처럼 꿈이 너무나 상세했다. 학부모님들께 보내는 메시지의 문구까지도 기억이 날 정도이다.

꿈에선 2학기가 시작되었고 코로나는 여전히 심각해서 4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개학 전 전 직원 출근일에 내가 내린 결정은 '육아휴직'이었다. 어린이집 휴원 역시 연장되었으므로. 실제 상황 같으면 그런 결정은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6학년 담임이 중간에 육아 휴직이라니, 중병에 걸리지 않는 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꿈에서 나는 겁은 났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직의사를 밝혔는데 흔쾌히 허가가 났고 교장 선생님은 선물까지 쥐어주며 잘 쉬다 오라고 했다. 학부모님들께 장문의 문자를 드리고 개학 날을 맞이 하는데 나는 왜 어떤 길에 서 있었나 모르겠다.  그 길은 아마 아이들의 등굣길이었던 것 같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불안해 하는데 그건 나의 공백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동시에 나의 공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합쳐진 것은 아니었을까? 모양 빠지게 왜 집에서 쉬지 않고 등굣길에 나가서 그러고 있는지 꿈이 무의식의 발현이 맞다면 참 뭔 생각을 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진다.


꿈이 깨기 전 아무 문제 없이 휴직의 첫 날의 아침이 지나갔고 나는 학교에서 짐을 참말로 알뜰히 다 챙겨왔더라. 하나도 남김없이. 교장 선생님의 선물만 남기고 왔는데 그건 무슨 의미일까? 아무튼 그 외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휴직이 아니라 퇴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짐을 챙겨서 왔다. 아, 그래 그 등굣길에 서 있었던 건 짐 챙기러 갔었던 건가 보다. 아무튼 짐도 깔끔히 다 챙기고 붙잡는 이 하나 없이 깔끔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휴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약간의 의문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현실에선 망설임이 많았을 문제인데 일사천리로 휴직이 진행되어 꿈에서 깬 후 매우 개운했다. 실제 삶에서도 결정이 빠르고 뒤도 만들지 않게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개운할까? 그 개운함이 하루가 저물어 가는 이 시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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