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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ul 26. 2021

[독서일기]산만한 정신, 산만한 독서

2021.7.5.(월)

어젯저녁 일기를 다 쓰고 난 후 손목을 주무르려다 보니 오른쪽 손목과 엄지손가락 아랫쪽에 멍이 들어 있었다. 왜지? 마치 주사바늘을 뽑은 자리 같았다. 주사는 목요일에 맞았으며 부위도 다른데 도대체 왜지? 주말에 일기 좀 길게 썼다고? 키보드 좀 두드렸다고? 감자짜글이 좀 휘저었다고? 지난 번 일기를 손목 때문에 중단한 터라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뭐니뭐니 해도 솔직히 스마트폰이 가장 큰 이유일텐데 버릇을 못 고치니 어쩌나? 일을 하기도 겁나고 책을 읽기도 글을 쓰기도 겁나는 이 산만한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 오늘은 책도 무척 산만하게 읽었다.


우선, 교실에 두고 조금씩 읽는 김영민 교수의 [중국정치사상사]를 정말 조금 읽어 아직도 서론을 못 벗어났다. 내가 이 책을 진짜로 읽나 안 읽나 감시하는 눈이 52개라 아이들 등교 전까지 그래도 서론은 다 읽어야 체면이 설 터인데 에세이 아닌 전문 서적이다 보니 쉽지 않다.


퇴근 길에는 이번 주말에 만나는 독서 모임 책인 김혜진의 [불과 나의 자서전]을 또 조금 읽었다. 3/4쯤 읽었는데 '나'도 '자서전'도 알겠는데 '불'은 뭐지? 집에 불이 나나? 다 읽으면 알게 되려나? 이번 책은 독후감을 쓰는 활동을 한다던데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 얼추 머릿속으로 조금씩 써나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얼개가 너무 개성이 없어서 쓰지 말까 싶기도 하다.


집에 와선 두 권의 책에 손을 댔다. 제목부터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중고등 자녀교육 골든타임을 잡아라]와 그에 비해 침착한 제목인 [사서의 일]. 교육서는 그 목적에 맞게 직설적이고 에세이는 에세이답게 소소하고 따뜻하다.


평소에도 이렇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고 대체로 그 장르가 오늘의 경우처럼 겹치지 않게 읽는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책을 늘 들고 다니지는 못하지만 읽고는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독서법이 내겐 퍽 잘 맞아 지금껏 동시에 서너권을 읽는다. 그렇게 읽다보면 우연히 A책을 읽을 때 동시에 읽는 B책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어 무척 재밌다. 내용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 집중력이 폭발적으로 발휘될 땐 아드레날린도 치솟는다. 짜릿하달까? 하지만 오늘은 네 권의 책 중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찔끔거렸다는 말이 어울리게 산만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손이 괴롭다. 엄지 손가락이 성해야 글을 쓰니 당분간은 손을 더 아껴야겠다. 자이언티의 노래처럼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하지만 손을 아끼는 것은 지구를 아끼는 것만큼 실천이 어렵다.



오늘 읽은 책 :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사회평론아카데미


작년 한 해 [논어]를 읽었고 며칠 전 [한무제]를 읽어 공자의 유가는 물론이거니와 한무제가 유가를 어떤 식으로 도입했는지도 알고 있어 김영민 교수가 말한대로 유가라 이름붙었다고 해서 하나의 사상이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의 유가와 한무제의 유가, 명나라의 유가가 다른 것은 그 세월의 흐름상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이름에 내용을 끼워맞추곤 한다. 마치 가족의 이미지를 아빠, 엄마, 아들, 딸의 4인 가족으로 정한 뒤에 그들의 역할을 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문제제기가 좋았다. 고작 서론만 읽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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