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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ul 20. 2021

[교단일기] 성찰하지 않는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단다.


오늘 화상수업 도덕 교과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에게 내뱉은 말이 내딴에는 썩 괜찮은데 아이들에게는 흩어지는 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찰하는 사람만이 성장한단다. 그러니 우리 어릴수록 성찰하는 습관을 들여서 더 멋지게 성장하자!" 이게 무슨 소린고? 하는 표정의 아이들을 보자니 100마디쯤 더하고 싶었지만 "오늘 수업 끝!"을 선언했다. 그제야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 이를 어쩔꼬? 아이들은 오늘의 도덕 수업을 어떻게 보냈을까?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라 그것까지는 간섭할 순 없으나 최소한 나에게는 의미있는 수업이었다.


도덕 수업 성찰 예시를 들 때 나는 곧잘 큰 아들에게 빙의해서 예를 들곤 한다. 오늘도 큰 아들의 입장에서 성찰하는 4단계 생각의 과정을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우리집 일화를 들려주니 아이들은 죄다 큰 아들 편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 시간에 도움을 받는다. 성찰을 하니 주변에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반론하다보면 1mm 정도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도덕 시간엔 특히나 화려한 말빨로 수업을 이끌어가는데(별다른 수업 자료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뜻) 이때 중요한 것은 화려한 말빨이 양이 많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놓게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대화하고 나서 마지막에 저런 정리를 하곤 한다. 물론 공자님 말씀같이 아이들에게는 귓바퀴에까지만 닿을 소리일 테지만.


오늘 수업 시간에는 '방구석1열 37회'를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송도 영화 <변호인>도 보지 못했는데 이 짭은 영상을 보니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저 한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감독이 이런 의도를 나타내려고 한 영화인 줄은 미처 몰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을 성찰과 성장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 그럼 나의 인생은? 너의 인생은? 그의 인생은? 이렇게 질문이 확장되어간다.

출처 :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6학년 도덕 시간 내내 '도덕적 성찰'을 배운다. 너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오래 배우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훈화에서 철학으로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아 만족한다. 위 영상에서처럼 성찰의 빈자리를 이익 계산이 차지한 시대인지라 아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에도 권력, 부, 나의 이익 등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대놓고 권력과 부를 탐하는 아이들, 사회에서 부끄러움을 없애버린 어른들이 낳은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아이들에게 그것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


열세 살, 지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마음이 가난한 경우가 많다. 선생으로서는 지식이 부족해도 마음이 부자인 아이들이 더 반갑다. 한때 도덕 교과의 무용설을 주장했던 때도 있었지만 6학년 교과 중 가장 맘에 드는 교과라 요즘 내게 너무 소중하다. 세상 모든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잠시라도 알게 해 주고 싶다면 너무 큰 꿈을 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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