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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Sep 16. 2021

[중드일기] 투라대륙-1

  중드를 보지 않던 사람은 이 황당한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중드를 보던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흥미롭다. 세상에 인간과 동물 사이에 혼수들이 있어 그들을 사냥하는 혼사가 있고 그 혼사의 레벨이 있고 그 혼사를 기르기 위한 학원들이 무성하다는 설정. 이것은 SF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고 그냥 중드이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바로 중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특별한 재미를 가진 <투라대륙>이다.


거대한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쏟아지는 중드의 종류들이 엄청난데 평소 나는 사실 기반의 중국 역사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를 공부할 때에는 <봉신연의>와 <대진제국>, <서시비사> 등을 보았고, '진한시대'를 공부할 때에는 <초한지>와 <위황후전>을,  '삼국시대'를 공부할 때에는 <신 삼국지>에 빠져있었다. 지금 '위진남북조시대'를 공부하니 그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봐야하건만 아무래도 샤오잔의 매력을 다시 느끼고 싶어 <투라대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령>에서도 왕이보 보단 샤오잔이 좋았던 나니까! 샤오잔의 선량한 얼굴과 표정은 사람을 위로하는 능력이 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우며 작은 마을에서 소박하게 사는 당삼은 사실 혼사계에선 엄친아인 듯 하다. 아버지가 숨긴 탓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기 계발 중이지만 그 가운데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옥사부이다. 혼사로서의 능력치는 별로 없는 이 옥사부를 사부로 모시는 과정에서 당삼이 뱉은 말이 또 울컥한다. 혼사들은 스승을 단 한 명만 모실 수 있는데 능력이 적은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려는 당삼에게 손사레를 치는 옥사부를 향해 당삼은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산골마을의 소년에다 죽은 무혼인 남은초를 무혼으로 가진 당삼에게(물론 호천추라는 무혼이 더 있지만 그건 비밀이니까) 진심으로 다가와 도와주는 사람, 그래서 당삼이 하는 행동이 옳다는 것을 지지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스승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옥사부 자신도 낙정학원에서 객식구로 일하며 자신만의 이론을 연구하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자존감이 좀 떨어졌을 텐데 이런 든든한 말을 들으니 이후 둘의 사제관계는 더더욱 아름다워진다.


아직은 이들이 또다른 멋쟁이들이 많이 있는 사란객 학원에서의 활동까지밖에 보지 못했다. 사란객학원에는 스승도 학생들도 온통 정의로운 사람들 뿐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힐링된다. 무혼이니 혼사니 혼수니 황당한 개념들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일지라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평화롭다. 결국 주인공이 잘 된다는 것이 중드의 룰일테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겪는 고난은 곧 성장을 의미할 거라는 걸 아니까. 물론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가끔은 비현실적인 정의를 누려보고 싶다. 그게 이런 류의 중드를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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