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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Sep 02. 2021

[독서 일기] 정세랑 보내고 김영하

2021.8.27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육을 하며 방학을 보냈고 아쉬움을 안은 채 개학을 맞아 한 주가 지났다. 다음 주에는 큰 아이도 등교를 하니 제대로 된 일상의 모습이 돌아오는 셈이다. 일상은 원래 이렇게 거부하고픈 건가? 나도 아들도 돌아온 일상을 맞느라 근육통이 올 지경이다.  '위드 코로나'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우리에게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와 지내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으니 그것도 역시 강력하게 거부해 본다. 우리가 그리는 일상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무튼 일주일 간의 밥벌이를 하다보니 읽지도 않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지겨움' 보다는 '버거움'이 더 적절한 표현일 테지만. 밥벌이도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지만 그것이 최근 들어 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건강 탓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젊건 늙건, 건강하건 아프건 '일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못 봤으니 그저 일의 속성이 그런가보다 위안을 삼는다.


  8월에는 책을 적잖이 읽었다. 7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권을 훌쩍 넘었다. 방금 전 정세랑 작가의 신간 여행 에세이를 다 읽은 참이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제목도 정말 잘 지었지만 그의 소설들 만큼이나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해외 여행 경험이 일천한 나는 그저 타이베이 이야기에만 아는 체 할 수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뉴욕도 런던도 일본도 독일도 호주도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을 하곤 했다. 안 가본 곳도 가본 것처럼 공감하게 만드는 작가이기에 내가 외계인도 거부감없이 사랑하고 싶었나보다. 감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감 대가 정세랑 작가님이시여! '밥벌이의' 지겨움이든 괴로움이든 버거움이든 이 문제를 가지고 소설을 좀 써 주시겠어요? 제목은 '직장에서 만나요'라던가...


  이 책을 포함하여 7월과 8월에 가장 좋았던 독서가 바로 '정세랑'이었다. 10년도 전에 출판사 직원이셨던 모습이 떠올라 왠지 책으로 만나기가 어색했고, SF 소설 쪽은 쳐다본지가 얼마 되지 않아 지금껏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피했는데 그것이 이렇게 달콤한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만나볼 것을. 후회는 의미 없지만 '정유정'을 피하는 지금 반면교사가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제 슬슬 정유정도 읽어봐야 하나? 정유정은 좀 무서운데...


 정세랑을 읽은 계기는 카톡으로 진행하는 북클럽 선정 작가였기 때문이었는데 '한 작가 읽기'를 주제로 북클럽에 참여하다보면 내가 전혀 읽지 않은 낯선 작가를 만나는 설렘이 있다. 한강 작가가 그랬고 정세랑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다음 회차로 정해진 작가가 무려 20년도 넘게 팬인 김영하 작가라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을 기대해 보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요즘 너무 많이 빛나셔서 내 마음은 살짝 멀어지는 감이 있었으니 다시 김영하를 사랑해 보자! 시간은 흐르고 하나가 지나가면 또 다른 하나가 다가온다. 그것이 일상이라면 이제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른 무언가가 오겠지. 그 무언가는 선물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하루키 다음에 정세랑을 만난 것처럼. 그리고 다시 김영하를 사랑하게 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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