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말] 어록 대 방출

by 횸흄


#Ep1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하나둘 내게 와 어제 하교부터 오늘 등교까지 한 아이를 이르느라 모여든다.

"선생님, **이가 저더러 청각 장애인이라고 했어요."

"선생님, **이가 어제 집에 갈 때 저 발로 찼어요."

등등

너무 많아서 뭐부터 정리를 해야 하나 멘붕이 오던 차에 영수증이 생각났다. 그래, 적자!

하나하나 어제 일들을 지도하고 나서 오늘은, **이에 대한 것은 영수증처럼 한 번 적어봐야겠다 말을 하니 바로 답이 돌아온다.

"나도 선생님 영수증 적을 거예요!"

아, 이 녀석들 역시 행간의 의미를 아직 못 이해하는구나.....

눈에 레이저를 장착하고 한참을 보니

"죄송해요...."

몸짓 언어는 이해를 잘 하는 걸?

그런데 희한하게 오늘 **이의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Ep2

오늘도 아침부터 집에 갈 때까지 선생님 귀에서 피를 철철 흐르게 할 정도로 시끄러운 아이들.

중간중간 너무 시끄러워서 이마를 짚거나 뒤를 돌아 칠판을 부여잡았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조금만 참으세요. 곧 방학이에요."

빵 터졌다.

"니들이 좀 참으면 안 되겠니?"

"우리는 애들이잖아요, 어른이 참아야죠."

입에 참기를 묻혔나 말을 어찌 이리 술술 잘하는지. 그래, 참자!


#Ep3

점심시간이 학년마다 달라서 복도에서 떠들면 다른 학년에 방해가 되어 교실에서만 놀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자연 보드게임을 하는데, 각자 하는 게임들이 달라서 교실은 또 돗대기 시장같이 시끄럽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개구쟁이의 소리가 들린다.

"아 마피아 게임 하다가 친구를 잃게 생겼네!"

아마, 자꾸 의심하고 의심받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친구간의 믿음에 회의가 든 모양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말을 할 줄 알다니! 저 정도면 정말 유머 있고 고급스러운 언어 생활 아닌가?

수많은 소리를 뚫고 저 소리가 내 귀에 박히면서 고 개구쟁이 녀석이 예뻐보였다. 넌, 친구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Ep4

"아니 체육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냐, 사회 시간은 길던데..."

그 찰나같은 체육 시간 뒤에 도서관 이용 시간을 가졌다. 거기서도 아이들은 나더러 조금만 더 참으라고 위안을 했고 난 꿋꿋이 참았다. 물론 웃음도 같이 참았다.

책이라고는 하나도 읽지 않게 생긴 녀석이 도서 검색대에서 끙끙거리길래 보니 검색창에 '이꽃'이라고 쓰고는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냐 물으니

"이거 작가 이름 치면 나오는 거 아니에요?"

"작가 이름도 검색이 되지."

"근데 왜 안 나와요?"

"이꽃이 작가 이름이야? 혹시, 이꽃님?"

"아...."

하지만 인기 작가라 대출중인 책들이 많아 구하기가 어려웠다. 친구가 읽는 책, 사서 선생님이 반납함에서 꺼내 준 책을 대출하고도 시간이 남은 아이가 나에게 책을 한 권 권한다.

'나쁜 엄마'

"나 나쁜 엄마 아니거든? 우리 아들이 나 엄청 좋아하거든!"

"저도 엄마 앞에서는 안 그래요."

그 옆에 있는 애가 보탠다.

"전 엄마 앞에서도 그래요. 엄만 빵점 엄마라고. 난 아빠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

"네!"

누구든 좋으면 됐지! 그래서 네가 하염없이 밝구나! 사랑 많이 받은 시끄러운 아이야..........


학교에 있으면 정말 다 적지 못할 말들을 만나는데, 헤어질 때가 되어서 그런가 이 말들이 자꾸 더 애틋하다. 올해 참 시끄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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