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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an 28. 2022

[독서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가끔 읽어야 좋을.

한국인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작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랭 드 보통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외적으로도 닮은 부분이 있지만 프랑스 작가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또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팬들을 독려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알랭드 보통은 최근 글쓰기 보다는 인생 학교 쪽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듯 발표작품이 뜸한 편이지만 지금껏 출간한 책으로도 충분히 팬층을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나 역시 20대에 정체성으로 고민을 많이 할 때 알랭 드 보통에 푹 빠져서 인생 학교 시리즈 전까지는 모든 책을 다 읽고 산 찐독자였는데 이후로 독서의 세계가 확장이 되면서 안 읽은 지가 꽤 되었다. 알랭 드 보통보다 더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로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을 정도로 국내 팬들에겐 익숙한 작가이다. 그가 썼다는 [개미]라는 작품은 그 내용을 얼핏 들어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5권을 읽을 정도로 내 마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지라 미뤄둔 상태였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파피용]을 읽었다.


일단 1권 분량에서 합격! 내가 좋아하는 파란 물포나비를 닮은 표지 디자인 합격! 지구 문제를 다룬 내용 합격! 여러 면에서 베르나르에 입문하기에 좋았던 작품이었고 실제로 이 책을 통해 베르나르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체계화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에 감탄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이젠 베르나르의 [개미]를 읽어도 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읽고 싶어져 마침 나온 단 권짜리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확실히 문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작가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자주 드러내는 문장들은 어떨 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들이 나랑 일치하는 면이 많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고 다음 작품으로 무엇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차에 [고양이]를 읽게 되었다.


본인이 쓴 책은 아니지만 베르나르를 인터뷰하며 그의 소설 세계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를 읽으며 그가 고양이가 인간 문명을 대체하는 시대를 꽤 오래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은 신선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성보다는 상상력에 더 치우친 게 아닌가 싶어 읽으면서도 크게 공감은 하지 못했다. 이후에 [문명]까지 어찌어찌 읽었지만 역시나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이 내가 그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가 싶어 [기억]을 읽기 전엔 다시 마음을 리프레쉬해서 책장을 펼쳤고, 다행히 앞의 두 작품에 비하자면 꽤 흥미롭게 읽었다. 그림책 [마지막 거인]이라는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고 신화와 전생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이야기를 엮는 솜씨는 무척 유려했다. 좀 너무 갔다 싶은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범죄 소설 같기도 하고 흥미로운 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기본 이야기+상상력 사전'의 프레임이 지겨워지기도 했다. 차라리 단편집 [나무]에서처럼 그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단편들이 더 낫지 않나 싶다. [기억] 뿐만 아니라 많은 장편 소설의 기초 작업이 [나무]라는 책 안에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너무 살을 많이 붙여서 10페이지짜리를 2권분량으로 만들어내니 이 작가는 분명 길게 늘이는 능력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말로 하자면 수다쟁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찐독자들이 들으면 몇 권 읽지도 못한 사람이 서운한 소리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몇 편을 내리 읽은 독자로서 굳이 이 작품을 2권 분량으로 썼어야 했을까 의문을 정말 많이 했다. 그의 포맷을 이해하려고도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도가 반복되면 더 이상은 시도가 아니라 매너리즘이 되는 게 아닐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인물, 사건, 배경의 삼박자를 유려하게 엮는 소설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설을 중편 분량으로 써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어렵다면 1권 분량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말하고자하는 바를 모조리 말해야 하는 수다쟁이 작가님도 분량을 좀 줄인다면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될 것 같은데 이건 출판사의 전략인지 작가의 전략인지 알 길이 없는 독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게이고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면서도 그가 작품을 좀 골라서 발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꼭 같지는 않아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읽으며 히가시노 게이고를 여러번 떠올렸다. 다작이 곧 명작은 아니므로. 두 사람 모두 독자가 소화를 하기도 전에 새 작품을 발표하니 놀랍다기 보다는 요즘은 좀 지겨운 면이 있다. "아니 벌써?"


지금껏 읽은 그의 작품은 그가 발표한 작품에 비하면 너무 적다. 틈나는 대로 읽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다 읽지 못했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그보다는 더 품이 들고 더 빨리 지친다. 내 주변만 보자면 그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일찌감치 손 놓은 사람이 더 많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가끔 읽읍시다. 그러면 괜찮아요." 그 가끔을 지금 정하는 중이다. 최근에 해 본 결과 절대로 몰아서 읽어서는 안 될 작가이고, 2년 만에 읽었을 때에 한 작품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으므로 '가끔=2년'으로 잠정적으로 정해본다. 다만, 제발 앞으로는 1권으로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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