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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an 20. 2022

[건강일기]내 마음보다 알기 어려운 내 몸

어제 아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엉거주춤 걸어다닌다. 이제는 거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인지라 엉덩이가 받았을 그 충격에 내가 몸서리를 쳤다. 정작 아이는 엉덩이만 아플 뿐 허리는 괜찮다고 해서 적외선 찜질하고 파스도 붙이며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꿀잠을 자는 중이니 걱정한 것보다는 나은 듯 하다. 깨고 나서도 아프다고 하면 같이 병원에 가 보려고 한다. 나도 차일피일 미뤄둔 진료를 함께 받기 위해.


지난 주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느라 좀 많이 걸어다녔기에 자연스레 운동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카페에 와서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시간을 앉아서 쓰고 읽다보니 어느 순간 허리가 아파왔다. 우리 직업이 생각보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일반 사무직의 일을 하고 있다면 부실했던 내 허리는 지금쯤 부서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앉아 있는 데에 취약하다. 충분히 엉덩이는 무거운데 허리가 버티지 못한다. 


자식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 부모를 둔 덕분에 나는 마음 수양을 늘 하며 살아왔다. 그것만이 나를 지키는 일이었으므로 내 마음을 항상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는 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때로는 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말이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내 몸 건강에는 소홀했다. 어릴 때부터 편두통을 달고 살아서 엄마는 출신이 불분명한 스님같은 분을 모셔다 내 머리에 장침을 꽂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두통이 심해 큰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기관지가 약해서 피를 한 바가지씩 뱉어내곤 했는데 다행히 폐병은 아니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비염, 식도염과 겹쳐 아침이면 후비루 등으로 목이 불편하지만 여전히 폐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내가 폐활량도 평균을 웃돌았다는 데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20대에는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했지만 이상하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허리 아픈 일이 줄었다. 몇 년전에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목디스크도 앓았지만 지금은 달래가며 살고 있다. 지금은 손목통증으로 무척 고생 중인데 일단 마우스를 쓰는 일을 줄이면서 경과를 살피는데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정말 망치로 깨는 결단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열하고 있으니 내 몸은 도저히 그냥 두어서는 안 되는 거 같은데 노력을 무척 아껴왔다.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절규에 가까운 노력을 한 것에 비하면 몸은 방치 수준이다. 심지어 비만인데 살을 뺄 생각을 한 적도 없어 주변에서 더 걱정이다. 


인생이 80이라면 반을 넘겼고 90이라면 딱 반인 지금, 사실 좀 두렵다. 내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뭐 대단한 노동을 한 것도 아니고 술도 담배도 마약도 해본 적 없는데 어쩌자고 몸이 이렇게 멀쩡한 데가 없는지. <라보엠>에서 미미가 '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 헤어져요.'라고 말하듯 나 역시 '꽃 피는 봄이 오면 운동할게요.'라고 건강을 미루는데, 봄까지 내 몸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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