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기] 내가 아픈 게 나을까?

by 횸흄

최근 열흘을 너무 긴장하며 보내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더 지속될 긴장이다. 우선 내가 감기에 걸렸다. 열흘이면 코로나였더라도 격리 기간이 지난 시점이라 병원도 다닌다만 그간에는 가족들과 밥도 같이 안 먹고 자가키트도 하며 긴장하며 보냈다. 초반에는 꽤 아팠고 후반에는 가늘고 길게 갔다. 가족들 PCR이 음성이고 나도 키트 음성이라 코로나는 아닐 것이라 생각되었다. 일면 이렇게 오래 아픈데 코로나도 아니고 그냥 감기면 좀 억울하다는 유치한 생각도 들었다. 종합감기약으로 버티다 일주일이 넘어가서 병원에 가니 항생제를 먹는 게 좋겠다고 해서 복용 중이다. 코로나도 일주일이면 끝난다는데 감기로 열흘이 넘었다. 그 사이 남편과 작은 아들은 밀접접촉자들이 되어 남편은 PCR 검사를 했다. 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쓰러졌다.


의식이 없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주변에 엄마는 자꾸만 고꾸라졌고 먹은 것을 다 토해냈다.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에 도착하는 도중에 설명을 듣기론 신고시간 직전인 8시까지는 그 병원 응급실 공사로 응급환자 이송이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고 했다. 다행히 응급실은 환자를 받아줄 수 있었지만 숨이 넘어가지 않는 이상 코로나 PCR 검사를 하고 2시간 후 음성 결과를 받아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달리 수가 없어 그렇게 차에서 대기를 했다.


엄마는 음성 결과를 받아 진료를 하러 들어갔는데 감기 증상이 있는 나와 PCR 검사 중인 남편은 보호자로 들어갈 수 없어 우리는 주차장 차에서 대기를 했다. 어떤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3시간 넘게 기다려 결국 엄마는 퇴원을 했다. 뇌는 CT와 MRI 소견 결과 이상이 없으며, 증상으로 보아 귀쪽 문제라고 했다. 나 역시 폭풍 검색 후 '전정신경염'이지 않을까 추측하던 중이었다. 귀에 걸리는 감기라 치료약이 있는 게 아니라 증상을 완화해주는 어지럼 방지약과 구토 예방약 등을 처방받아왔다.


다음 날 남편은 보건소 누락으로 늦게 음성 결과를 받아 출근을 했고, 엄마는 구토는 멎었지만 어지럼증이 있어 요강 대신 대야를 활용해서 소변을 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게 삼일이 지나자 엄마는 앉은 자세로 몸을 밀어 화장실을 드나들고 입맛이 돌아옴과 동시에 수다도 같이 돌아왔다. 나는 엄마의 참견과 수다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으로 엄마가 병은 빨리 낫되 수다는 낫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지녔다. 손가락질을 받는다해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아직 감기가 낫지 않아 엄마를 모시고 외래를 가려면 독한 약을 먹어가며 감기를 나아야 했다. 외래를 일단 한 번 미루고 지켜보는 중인데, 이렇게 버티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내게 너무 많은 참견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좀 다퉜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나라면 힘들면 내 몸 나을 생각만 할 텐데 끊임없이 남에게 참견하고 요구하는 그 까닭을 모르겠다고. 이 점은 평생을 부딪힌 문제라 나도 지치고 엄마도 지친 상황에서는 더 좋지 않았다. 그래도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이길 수 없다. 엄마는 나의 고충을 이해해줬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게 보여서 우리는 또 웃는다. 그 사이 작은 아들이 열이 나서 또 긴장하며 보낸 일이 있었기에 나는 남편, 엄마, 아들을 각각 케어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가족 중 누구 하나 감기에 걸리면 그 사람을 격리하며 밥도 갖다주고 그런다. 그런데 내가 아프니 나는 스스로 격리하고 싶어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쉬지도 못한다. 그렇게 존버 중이다.


다행히 작은 아들은 장쪽 문제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볼일을 본 후에 회복되었다. 남편은 출근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고 아무래도 자기 부모가 아니며 평소에도 딱히 마뜩치 않은 장모인지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번 응급 상황에서 한 번도 적극성을 보인 적이 없다. 그래, 나도 그 만큼만 하라는 뜻인가보다 하고 마음에도 진하게 선을 그었다. 오늘 항생제를 바꾸고 염증약을 추가했다. 월요일 엄마를 모시고 외래를 보러 가려면 일요일 전에 깔끔하게 나아야 했으므로. 다행히 약은 독한만큼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오늘 하루만에도 많이 회복되었다. 하긴, 감기는 약 먹어도 2주, 안 먹으면 보름이랬던가?


휴직을 결정하고 집에 있으면서 가사일과 간호를 모두 하다 보니 무척 지치는데 내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 환자들이 속출하니 나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웃으며 귀가하는 남편의 얼굴이 브라운관이라면 꺼버리고 싶었다. 여전히 나만 쫓아다니는 작은 아들과 자기에게 무엇을 먹여줄지에만 관심을 갖는 큰 아들은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환자의 태도가 아닌 대장질을 하는 엄마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차라리 내가 아파서 쓰러지고 싶다는 마음은 위험하지만 끌렸다. 내가 아프면 이 집안이 어찌 굴러갈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나는 최소한 남을 힘들게 하는 환자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얼마나 아픈지 입밖으로 내는 편이 아니다. 다 낫고 난 다음에야 무용담처럼 뱉으면 그뿐이었다. 목디스크로 극심하게 고생을 했을 때에도 나는 나만 귀찮게 안 하면 아무런 도움도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 그냥 내가 아픈 게 낫지 않겠나? 하지만 그 고통을 생각하면 도리질이 쳐진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의 처지가 있고, 돌보는 사람은 돌보는 사람의 처지가 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답게 행동해주고, 돌보는 사람이 돌보는 사람답게 해 주면 좋은데 그게 꼭 잘 되질 않는다. 엄마는 몸은 아픈데 생각은 아프기 전과 같아 전과 같이 행동하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말려야 하므로 애를 쓰다보면 돌보는 사람의 처지를 잊고 짜증을 낸다. 그 부딪힘에 누군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남편은 그런 그릇이 못 된다. 때때로 작은 아들이 눈치를 보며 나를 꼭 안아준다. 그래, 네가 위로 좀 할 줄 아는구나. 돌보는 사람보다는 아픈 사람에 더 적성이 맞는 것 같아 최근의 나는 참 안쓰럽다. 열흘 내 아팠던 나는 그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았음을, 그것이 이번에는 억울하기까지 하다. 엄살도 능력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대책은 빨리 엄마를 회복할 수 있게 나를 살라 돌보는 일, 그뿐이다. 아픈 엄마는 가엾고, 나는 지치고, 아이들은 눈치보고, 남편은 평소와 똑같다. 그게 지금의 우리 집 풍경이다. 이래서 집에 환자가 있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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