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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un 21. 2022

[생각일기] 나는 왜 꾸준하지 못했나?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게 6월 2일. 그러니까 글이라는 것을 쓴 지가 벌써 20일이 다 되었다. 왜 부지런한 작가들이 시간을 정해두고 성실하게 매일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 끊어진 흐름은 다시 이어지기가 너무 어렵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처럼 글을 쓴다는 건 글 쓰는 일을 사랑하는 힘으로 지속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내 사랑은 좀 부족한 모양이다. 


아들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자체적으로 공동격리에 들어갔다. 특이한 점은 그렇게 걸리자고 작정을 했는데도 어떤 연유인지 나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 세상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내가 손해를 무릅쓰겠다는 데 그것도 하나 안 들어주시니 조물주는 밀당의 신인가! 아무튼, 혼자 격리가 아니라 둘이 방에 갇혀 일주일을 지내는 시간은 좀 특별한 경험이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와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은 공간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낸 것이 처음이다. 아이가 신생아 때에도 가끔 몇 시간은 남편이나 친정 엄마에게 맡기곤 했는데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이렇게 오래 붙어있다니 코로나가 아니면 누가 우리를 이렇게 강제로 묶어둘 것인가, 이건 고마워해야 하는 일일까? 그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련다.  아이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심심해했고 TV나 책 그리고 보드게임으로도 하루는 채워지지 않아 둘이서 뭘 하고 놀 것인가를 매일 연구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도무지 글이라는 것을 쓸 수가 없었다. 코로나에 걸린 것도 아니고 안 걸린다는 장담도 할 수 없는 상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어정쩡함을 견뎌야 하는 점이 내가 글을 쓰기 어려운 정서적 환경이었다면 아이가 거의 매달려있던 환경은 물리적인 어려움이라고 하겠다. 그게 마무리 된 것이 6월 10일이고 그 다음날부터 우리는 조심조심 방밖으로 나왔다. 내가 더 의지가 굳건하거나 글쓰기를 더 사랑했다면 아이가 잠든 시간에 쓸 수 있었으리라는 비난을 예상하지만, 그 비난에 맞서 싸울 수가 없다. 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난 그렇게 열흘 가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그럼 13일, 아이가 등교를 다시 시작하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는 왜 글을 쓰지 못했을까? 사실 거기에 갖다댈 합당한 변명거리는 없다. 앞의 열흘에 대한 변명이 그래도 몇몇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뒤의 열흘은 그저 흐름이 끊겼다는 말로밖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브런치 앱에서 '작가님의 꾸준함이'로 시작되는 알림도 소용없었다. 혼자가 허락된 시간에도 나는 노트북을 켜기보단 책을 펼치거나 리모콘을 들었다. 마음 속에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슬쩍 외면하였는데, 그 슬쩍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렸을 줄이야! 정신을 차리니 오늘 6월 21일이다. 어쩌면 나는 글을 쓰지 않을 변명거리를 나도 모르게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마침 그때 코로나라는 지원군이 나타났고 그 지원군을 등에 업고 글쓰기와 싸워서 이긴 후에 '글쓰지 않는 삶'을 내 안에 심어둔 것 같았다. '작가님의 꾸준함이...'라는 공격이 들어올 때마다 다시 전투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남아공에서 건너온 친구를 만나려고 나갔다가 약속 평크를 당하고 대학로에서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고, 그곳에서 읽으려고 가져간 책에 자극을 받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원고를 투고하기도 했다. 사실 투고를 지메일로 해서 수신확인이 되지 않아 어정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는 게 글을 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간 술 약속이 없었는데 지난 주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이볼을 먹어보기도 했고, 술 약속은 아니지만 외식 약속도 잡혀 또 거기서 즐겁게 놀았다. 그러니까, 결국은 어정쩡함 조금에 게으름 살짝 마지막으로 노느라 듬뿍의 구성요소로 이렇게 차일피일 미뤄졌다는 핑계를 대는 중이다. 앞의 코로나 지원군에 비하면 자질구레한 지원군이라 나의 의지는 이렇게 열흘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나를 차지했고 다시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신변잡기의 글로 채우는 것을 싫어하는데, 다음 글이 7월 21일이 될 것만 같아 이렇게 '글 쓰는 하루'를 좀 챙겨본다. 오늘은 나의 의지가 나의 핑계를 이긴 날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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