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기]라고 쓰고 헛짓거리 일기라고 읽는다.

2021.7.10(토)

by 횸흄

내가 이렇게 빈틈이 많았나? 윤고은 작가의 책 제목처럼 그 빈틈에 온기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오늘 나의 빈틈엔 피로감만 잔뜩 묻었다. 정상적으로 가도 8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갈 때도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30분이 더 걸리더니 올때는 버스를 반대로 타서 40분이나 더 걸렸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꼼꼼하고 빈틈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은 나의 빈틈을 챙겨주느라 바쁘다. 한때 내가 노래방에 자주 다닐 때 내 손가방을 맨 나중에 들고 나오는 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이 놓친 것만 자꾸 생각하면 뭐하겠나? 덕분에 많이 걸었다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매일 줄넘기, 요가, 걷기 중 한 가지는 하자고 마음 먹은지 일주일도 채 안되는데 만약 그 헛짓거리가 없었다면 오늘 벌써 그 결심을 깨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명한 말처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내 몸을 너무 병원에만 맡겨두는 게 불쑥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물론 의사들은 말렸다. 그래서 최대한 손과 목을 사용하지 않는 한도에서 스스로 조절하며 할 수 있는 요가원에 등록을 했다. 집 주변에는 죄다 강도 높은 필라테스와 헬스장 밖에 없어 가까운 옆 도시로까지 다닌다. 다행히 선생님들께서 배려해주셔서 어렵지않게 주2-3회로 2주째 다니고 있다. 몸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이상 매일 해야겠다는 생각에 거기에 보태어 요가를 하지 않는 날엔 줄넘기나 걷기로 대신하기로 해서 이번주는 월,화요일은 줄없는 줄넘기 200번씩 3회를, 금요일엔 광진교를 걸어 왔다. 문제는 오늘이었는데 앞에 말한 대중교통 반대로 타기 활동(?)으로 걷기를 보충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난 지금 자판 대신 어두운 밤거리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정말? 정말!)


마흔이 된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 몰랐다. 그동안 내 몸이 남들보다 튼튼했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찍 노인들처럼 앓는 소리를 하며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의 모든 자만은 어리석지만 건강에 대한 자만만큼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관리를 전혀 안 해도 내 몸이 언제까지나 20대, 30대의 것일 수는 없다. 아이 둘을 낳고 체형이 변하여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리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도 나에게 크게 미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목디스크와 손목건초염 등 근골격계의 이상이 휘몰아치면서는 내 몸에 대해 무척 미안하고도 대책이 서지 않아 난감하다. 그래서 그냥 정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등의 병원 투어만 몇 년째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의학의 도움은 중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함께 해야 남의 도움도 의미가 있을 테니까. 너무 늦게 깨달은 걸까?


내 나이 마흔 넷,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앞으로 살 날도 이만큼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건강할 땐 호기롭게 '오래 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우리 아이들 장성해서 자기 일을 잘 할 때까지는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내가 많이 건강해서 아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가끔 내가 2,30대 후배들에게 '젊을 때 건강 챙겨!'라고 하면 곁에 있던 50대 선배들은 '너도 젊어!'라고 핀잔을 주시는데 민망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나도 아직 젊다. 생의 절반만 살았을 뿐이다. 그러니 부디 건강 먼저 챙기자. 빈말처럼 들리는 그말은 실은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나의 헛짓거리 빈틈엔 온기라곤 없지만 건강을 챙기라는 빈말에는 진짜 온기가 담겨있다. 그러니 우리 꼭 건강 먼저 챙기자. 그래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꼭.



요즘 가장 큰 몸의 문제는 손목이다. 손목을 짚을 수가 없다. 마우스를 오래한 날에는 손바닥부터 엄지 손가락 손목이 너무 아파온다. 요가를 하다보면 엎드리는 동작이나 바닥을 짚는 동작이 많은데 그것을 모두 빼기가 머쓱해서 몇 번 하다보면 집에 올 때 손목이 뻐근하고 아파온다. 하지만 동시에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왜 시원한거지? 이건 좋은 징조일까, 나쁜 징조일까? 염려되면서도 조금씩 사용해보자는 마음이 든다. 의사의 경고에 따랐어야 하는지, 내 뜻대로 좀 진행해도 될런지는 요가를 좀더 해봐야 알 것 같다.

이전 02화[생각일기] '여기' 밖의 내가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