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기] 내 몸이랑 연애 1일차

by 횸흄

길을 가다가 어떤 남자가 내쪽을 흘끔흘끔 보면 '내가 또 옷을 뒤집어 입었나?' 싶어 옷매무새를 돌아보거나 '저 남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의기양양하게 코를 쳐든다던가 했던 적이 있다. 어렸을 적 얘기다. 지금은 안다. 그는 목디스크 환자라 자주 목을 스트레칭하는 것일 뿐이다. 나 역시 횡단보도에 서서 도리도리를 하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벽에다 푸쉬업을 한 적이 있기에 이젠 그가 나를 보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런 그의 동작을 모른 척하며 동시에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어디가 얼마만큼 아픈 걸까? 통증은 나이가 들수록 온몸에 주구장창 번져 일상 생활에서도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그 몸짓이 내것마냥 안쓰럽다.


어깨가 뭉치는 것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았는데 휴직을 하면서 어깨나 목이 거의 아프지 않는 걸 보고 그 말이 옳다고 믿게 되었다. 대신 육아 및 가사로 인하여 손과 손목 관절 쪽이 다시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류마티스로 추정된다고 스테로이드와 항류마티스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 류마티스는 파스 광고에서나 보았고 아직 관절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겼는데 난데없이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두 군데의 병원에서 한 곳은 퇴행성을, 한곳은 혈청음성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했는데 둘다 확신을 못하니 환자인 나는 실험 대상처럼 이 약 저 약을 투여해 보면서 병명을 추측당할 뿐이었다.


류마티스 관절염도 황당한데 이번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고 놀이공원을 다녀온 일정이 무리가 되어 생전 처음으로 허벅지 위쪽 통증이 극심해졌다. 절뚝절뚝 걷는 것은 물론, 계단을 난간을 빌리지 않고는 올라갈 수 없었고 당연히 가부좌는 할 수 없었다. 허리가 아팠을 때의 통증과 비슷했는데 그땐 엉덩이부터 허벅지 바깥 쪽으로 아팠었는데 이번엔 고관절과 너무 가까운 부분이 아파서 새로웠다. 아, 사람의 통증은 무궁무진하구나! 그렇게 아팠는데도 또 새로운 통증이 찾아오는구나! 얼마 전 식중독을 겪었을 때의 통증도 정말 새롭고 괴로웠는데 이 허벅지의 통증은 누워있을 때에만 조금 견딜만 한 정도라 혹시 고관절이 잘못된 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식중독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향후 다리를 계속 이렇게 절뚝거리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마음을 달래느라 휴대폰 게임을 했더니 손가락까지 아파왔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 의사가 관절이나 뼈에 큰 이상이 없는데 통증이 심하니 이상하다며 일단 허리를 치료하기로 했다. 다행히 주사치료를 한 번 받고 나니 50% 회복이 되었다. 세상에 도대체 이 의술은 무엇인가? 제왕절개를 두번째로 했던 때에 진통제를 맞고 굽었던 허리가 아무렇지 않게 펴졌을 때의 감동이 다시 느껴졌다. 7년전의 진통제와는 차원이 다른 신통함이었는데 의술의 발달이 과연 대단하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왕년에 병원불신론자에 가까웠던 젊은이는 병원맹신론자가 되어가고 있다. 슬프지만 고집을 부리기엔 내 몸이 너무 아프다.


함께 사는 친정 엄마는 내내 아프다. 아프다는 말을 수십 년째 입에 달고 산다. 그중 몇 번은 크게 아파서 큰 병원에 가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골골골골 계속 아프다.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수술을 받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는데 잘못 되어서 크게 아픈 거 보다는 골골골골 아픈 게 더 낫다신다. 골골골골 아프지 않다면 삶의 질이 확실히 좋아질 텐데 아픈 날이 점점 늘어가는 나이가 되니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시절이 무척 그립다.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대단히 아팠던 경험도 있기에 수술이 잘못 되어서 큰 통증이 찾아오면 그건 분명 또 새로운 통증일 거라 더 두려운 것이리라.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그러기에 그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져도 어렸을 때만큼 격하게 반응하지 않는데 그 새로움을 통증에서 만날 줄이야. 나날이 새롭게 등장하는 내 몸의 통증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면 그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내 몸에 내가 참 관심두지 않고 살았구나 하는 깨달음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병원에 가도 완전히 달래어지는 통증은 없으니 병원만 믿을 수도 없고 결국은 내 몸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최근엔 자식 교육보다 더 내 몸에 대한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 어린 아들도 몸을 만들겠다고 매일 운동을 하는데 나는 무슨 베짱으로 내 몸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지 되돌아볼 노릇이다. 아들이 몸이 단단해지는 것을 보며 동시에 흐느적거리는 내 몸이 초라해보인다. 오늘부터 내 몸이랑 연애해야겠다.

KakaoTalk_20220830_104524600.jpg


이전 05화[생각일기] 나라는 사람의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