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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Feb 01. 2023

[독서일기] 나는야 북클러버

아이가 재밌게 보는 DVD 중에 <슈퍼와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노래도 신이 나고 이야기도 재밌어서 나도 같이 보곤 하는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출동하는 구호가 특히 맘에 든다. "To the bookclub"  북클럽을 사랑하는 나로선 이 구호만으로도 이 애니메이션은 너무 사랑스럽다. 


 현재 내가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북클럽은 오프라인 북클럽 2개, 온라인 북클럽 1개, 카톡 북클럽 1개이고 간헐적으로 북카페나 서점에서 운영하는 북클럽에 참가자 또는 호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내가 처음부터 북클럽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내 인생 최고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북클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북클럽에는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내가 쓴 리뷰의 제목은 <내게도 북클럽이 필요해>였다. 


 그러다 얼마 후 누군가의 제안에 <마거릿 애트우드 읽기>라는 주제로 북클럽이 결성되었고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있어 카톡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줌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비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북클럽은 벌써 4년째로 멤버 변동도 없다. 중간에 나를 포함하여 몇몇이 탈퇴를 선언했으나 결국은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아주 끈끈하게 연결된 북클럽이다. 그렇게 온라인 북클럽을 하면서 북클럽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 즈음 읽은 책이 하나의 책 대표 원하나 작가가 쓴 [독서모임 꾸리는 법]이다. 이 책에 용기를 내어 <하나의 책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비록 너무 먼 거리라 모임까지 반나절을 꼬박 써야 하는 점이 힘들어 현재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오프라인 북클럽에 대한 매력을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오로지 책으로만 연결되어 두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했다. 신변잡기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재해야 하는 호스트와 멤버들의 암묵적 동의가 강할수록 그 특별함은 순수해진다. 설렘과 익숙함 사이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나는 북클럽에서 느낀다.


가까운 곳에도 분명 북클럽이 있을 거야 알아봤지만 가장 쉬운 길은 도서관과 서점이었다. 그렇게 동네 도서관과 서점에서 운영하는 북클럽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천면로북클럽>도 원래는 동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년 남짓 하다 보니 멤버들이 좋아서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클럽도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 암묵적 동의에는 신변잡기로 흘러가는 것 외에도 너무 자기만의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안된다는 규칙도 있는데 그게 너무 안 된 날에는 북클럽을 하고 왔을 때 무척 피로하다.  소풍가는 마음으로 시골에 왔는데 밭을 매야 했달까? 그럴 경우는 은근슬쩍 그 모임에서 발을 빼게 된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카톡 북클럽도 있는데 이건 북클럽이라고 하기에는 유대감이 적지만 이런 가벼운 북클럽은 접근하기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부담이 적어서 오래 유지가 되기도 한다. 2년째 참여 중이다. 동네 서점에서 진행하는 1회성 북클럽에도 간간히 참여한다. 도서관은 주로 무료 모임이고 서점은 소정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무료든 유료든 참석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마음이 가볍다. 호스트가 이끌어주는대로 나는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뱉고 들으면 된다. 반대로 무료든 유료든 호스트가 될 때에는 한 달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 선정한 책이 괜찮았을까?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좋을까? 등등 고민이 많다. 그건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일 때는 몇 배로 더 괴롭다. 래포가 형성된 집단 내에서는 실수나 부족함을 서로가 메꿔주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래도 긴장이 된다. 그것 역시 무료든 유료든 마찬가지이지만 호스트로서는 유료의 무게감이 더 있을 것 같다. 아직 유료 모임은 진행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앞서 말한 <북클럽 비단>의 경우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맡고 있어 서로가 서로를 메워주는 데에는 밥풀같은 사이이다. 실험적으로 한 번 진행했던 <게릴라 북클럽>을 하면서 배운 점은 멤버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엔 지인들 다 끌어모아서 진행했는데 만족도가 높아서 다행이었지만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스트로 모임을 끌어가는 긴장감이 주는 매력이 있어 두 번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내내 매주 그림책 낭독 북클럽인 <낭랑한 그림책>에서도 호스트를 맡았다. 결성부터 멤버 모집까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었고 아들의 어린이집 엄마들과 장장 26주의 모임을 가졌다. 전집밖에 몰랐던 회원이 보물같은 그림책을 가져올 때의 보람이란! 대부분이 그림책에 입문하는 과정이 된 시간이었기에 가져온 책에 대하여 혹은 그림책 전반에 대하여 짧은 코멘트를 하고 페이퍼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재능기부 형식의 모임이었다. 보람된 시간이기도 하고 휴직기간동안 그림책을 잊지 않기 위한 시간들이라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다. 휴직을 앞두고 현재는 종료했다. 


<낭랑한 그림책>을 끝낼 무렵 어린이 북클럽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이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북클럽이자 훗날 교사라는 직업을 끝내고 갖고 싶은 직업이기도 하다. 일단은 아들을 포함하여 여덟 살 절친 셋만 데리고 하는데 딱 좋다. 아이들만의 북클럽이라기 보다는 선생님이 끌어주는 독서교실이라고 보는 게 더 맞는데 이 아이들이 커서 자기들만의 북클럽을 만들 수 있는 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하고 있다. 현재 두어달 진행했는데 이름은 <삼총사 북클럽>이고 나는 거기서 공주님을 맡고 있다. 순수한 아이들이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놀기도 하는 모임이라 준비에 많은 고민을 하는데 결국 그렇게 준비하도록 만드는 것은 멤버(삼총사)들의 기대에 찬 눈빛 때문이다. 그 눈빛 때문에 공주님은 시녀처럼 준비하는 중이다. 

누가 보면 북클럽에 환장한 사람같다. 독서도 덕질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클럽인들 다를 리 없다. 살아가면서 빠져들 대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것이 책이라면 또 얼마나 건강한가를 떠올리면 북클럽에 환장 좀 한 들 어떠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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