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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해아 Oct 19. 2022

너 부자야? 어떻게 독서모임에 21만 원을 태워?(2)

트레바리 추천? 비추천?

#트레바리 첫 모임 그 이후



트레바리 밖에서는 첫 번째 모임 사람들과 만나면서 안에서는 새롭게 시작한 두 번째 모임에 열심히 활동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질문에 먼저 나서서 답을 하고 부지런히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도 모임에서는 이탈자가 많이 나왔고, 코로나가 심해지던 시기라 번개도 활발히 하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겼다. 끝나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 그 말은 마음속에서 미련이 되었다. 트레바리에서 말하는 느슨한 연대란 한계가 명확했다. 있을 때 잘하지 않으면 후회가 생겼다. 건네야 할 말이 있으면 만나는 당일에 모두 뱉어야 했다. 미래가 약속되지 않으니깐. 첫 번째 모임 사람들에게 진심을 내보이며 가까워진 경험이 한 번 생기니 머뭇거림은 줄었다. 그래서 조금 더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했고 그중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더욱 힘드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예전에는 상대가 당황할까 봐 그러지 않았는데 막상 시도해보니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굴면 오히려 좋아했다. 그래서 두 번째 모임에 놀러 오기를 한 분에게 뒤풀이를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내가 파트너도 아니면서. 그가 처음 했던 트레바리가 기대와는 달랐다는 말에 트레바리는 재밌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일까. 내 글을 보고 칭찬해주었기 때문일까. 뒤풀이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우리는 다음 번개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며 카톡을 이어가다가 향수 원데이 클래스, 서울 국제도서전을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그의 제안에 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나는 그저 뒤풀이에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만 용기 내서 했는데 서로의 글쓰기를 응원해줄 관계를 만들게 되었다.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독서 모임인데 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



책을 읽지 않는 나라도 한 달에 한 번 모임에 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다. 거기다가 모임에서 추천받은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을 사려고 보니 같이 사면 좋은 책들이 서점 배너에 보이고 어쩌다가 밀리의 서재 구독권이 생기면서 또 책을 읽게 되고... 이러다 보니 올해 읽은 책만 67권이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잘 안 읽혀서 TTS로 읽은 것도 있고 너무 두껍고 이해하기 어려워 완독에 의의를 둔 책도 있긴 하지만 작년만 해도 한 권도 읽지 않다가 이렇게 장족의 발전을 할 수 있으니 이게 어디인가. 트레바리로 독서에 관성이 붙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SNS를 하기에 피로해져서 글자를 읽으면 나아질까 싶었던 게 효과가 있었다. 독서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성취감이 있어 책을 읽게 되었고 이 정도 읽으니 좋아하는 작가도 인생 책이라고 할 말 한 책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사고서 아직 읽지 않는 종이책이 10권 정도 있으며, 사놓고서 다운로드를 기다리는 ebook도 10권,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는 구매를 기다리는 80권 정도의 책이 있다. 반강제로 하던 독서를 하다가 그다음은 필요성을 느낀 독서를 하게 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한정되어 있고 문장 구성, 배치 등이 너무나 조악하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말로 내뱉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글자로 변환되니 구려졌다.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면 눈빛 몸짓 등 비언어적인 부분으로 부족한 점을 메꿀 수 있었는데 글은 그럴 수 없으니 말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지금은 책을 그저 읽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지만 단어, 문장, 책들이 쌓이고 소화되어서 나의 손끝에서도 내가 봐왔던 문장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추천하냐고?



친구도 생기고 독서라는 취미까지 생겼으니 트레바리를 강력 추천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대답은 ‘글쎄’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안 좋았던 경험은 없고 오히려 좋은 인연을 만났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다. 트레바리는 나에게 맞는 멤버와 파트너 구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운빨에 맡겨야 하는 25만 원짜리 갓챠인데 너무 도박성이 짙지 않나. 트레바리 후기를 보면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기는 맞다. 단 케바케라는 것. 독립서점에서 진행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을 근래에 구경해봤는데 트레바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큐레이션도 다양했다. 다른 대체제가 있는 상황에서 트레바리를 굳이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트레바리가 비싸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측정된 가격 자체가 애초에 비싼 것도 있지만 그 회비에는 기타 잡비가 포함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비싸면서 도서 가격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예스24 북클럽 2개월 구독권이 제휴 혜택으로 있지만 아이디 당 한 번만 사용 가능한지 두 번째 모임 진행 시에 발행된 코드로는 등록이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모임을 활발히 참여하면 뒤풀이 비용에 번개 참석 비용 (문화생활비나 식사비 등)이 추가로 든다. 물론 정기모임 외 활동이 원하는 사람만 참여하는 시스템이라 이 비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모임의 분위기는 구성원에 달려있고 번개의 경우도 파트너와 멤버들의 노동력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이기에 참으로 참여자에게 많이 의지하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25만 원을 가져가면서 결국에는 모든 게 다 셀프인... 이 가격은 독서광,  토론광에게도,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앞에서 설명한 여러 이유로 독서 모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가격 부담이 덜한 모임을 여러 번 하는 걸 추천한다. 마음에 드는 모임을 찾을 확률이 낮더라도 시도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성공 횟수도 많아지지 않는가. 아는 분 소개이긴 하지만 외부에서 독서 모임을 했을 때 트레바리만큼 좋은 인연을 만났기 때문에 트레바리의 특별함은 사라지고 있다.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시즌을 보내기 위한 조건은 그 모임에 얼마나 좋은 사람이 있냐 보다는 빌런의 유무로 갈리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사람,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맞는다고 하는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자신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사람 등. 그런 사람이 있으면 번개는커녕 정기 모임도 나가기 싫다. 파트너가 있어도 그런 사람을 통제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이 모든 불확실성을 안고도 21만 원이라는 가격이 납득이 된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는 정도의 권유이다. 한 가지 팁은 첫 번째 모임을 하고 난 후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환불하는 것이다. 물론 환불받는 금액이 적긴 하지만 (트레바리 요금은 커뮤니티 멤버십과 독서 모임 멤버십으로 이루어져 있고 환불하면 독서 모임 멤버십만 해지할 수 있다. 커뮤니티 멤버십을 강매당하는 기분) 돈 아깝다고 꾸역꾸역 나가면 시간뿐만 아니라 에너지 낭비다. 환불해도 시즌이 종료되는 기간까지는 멤버십이 살아있어 놀러 가기나 트레바리 이벤트에 할인가로 참여할 수 있으니 꼭 기억해두면 좋다.




앞에서 트레바리를 실컷 흉봤지만 좋은 기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운이 좋게도 처음 트레바리 멤버들을 잘 만났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로 인해서 행동력과 용기, 결단력을 얻었다. 이미 타고 난 사람들에게는 우스울지 몰라도 평생 노력해도 얻기 어려운 태도를 얻었으니 대단히 만족한다. 아직 인연들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기에 트레바리를 완전히 떠나지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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