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해아의 골목식당
인싸를 부러워하는 아싸의 이야기
“어? 나 12월까지 약속 다 차있는데?”
“…?”
주말마다 약속이 있고,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많은 이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러웠다. 흔히 인싸라고 부르는 사람들. 나는 친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애정과 관심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체력과 행동력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내심 질투가 났다. 인싸인 사람들과 비교하며 뭔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고 있는 나는 프랜차이즈 맛집을 부러워하는 골목식당 사장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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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몇십 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류해아는 요즘 따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옆 골목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사장님이 부럽다. 해아의 음식점은 골목에 있어 찾는 사람이 드물며, 찾는 이도 몇 년째 단골손님 몇 명이 전부다. 식당마다 저마다 추구하는 바와 색깔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맛집을 볼 때마다 씁쓸했다. 매출이나 식당 규모에 대한 부분도 고민이었지만 신규 손님 유입이나 단골손님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심히 적다는 게 더 문제였다. 손님들이 남긴 글에 해결책이 있을 거 같아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살펴본다.
'단골손님과 신규 손님에 대한 온도 차가 크다. 이건 뭐 꼬우면 단골 하라는 건가? 신규 손님도 좀 챙겨주길'
낯을 많이 가리다 보니 편한 단골손님에게만 말을 걸어서 그런가 보다. 솔직히 이 분이 단골손님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소홀히 했던 것도 있다.
‘휴무일이 정기적이지 않아서 허탕치고 온 적이 몇 번 있다. 장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애초에 계획을 세워놓고 행동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날의 체력과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쉬었더니 그런가 보다. 밥 먹으러 왔는데 장사 안 하면 화날 수 있지…
‘손님 알기를 개떡같이 아는 가게. 내가 다시는 가나 봐라’
이 손님 기억난다.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갑자기 다른 손님들에게 행패를 부려서 가게에서 내쫓았더니… 이런 리뷰를 썼다.
‘그래 다시 오지 마라. 너 같은 손님은 한 트럭이 와도 안 받아. 칵 퉤.’
내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지만 처음 오는 손님들한테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줄 이유가 없었다. 이런 이유들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에 올 이유를 못 찾은 손님들에게는 나는 그저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불친절한 가게 주인이었다. 이런 리뷰들을 보니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당분간 가게를 쉬어야겠다.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가게 쉽니다. 위생 검사 위반으로 인한 휴업은 아니니 오해 마세요.
-주인白’
가게 문을 닫고 몇 날 며칠을 집에 있었다. 며칠 째 문을 안 여니 단골손님한테서 카톡이 왔다.
‘무슨 일이야? 몸이 안 좋아?’
따스함이 담긴 카톡이었지만 가게에 대한 고민으로 답장을 할 힘이 생기지 않았다. 갑자기 이 손님이 식당 리뷰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서 리뷰란을 뒤적거린다.
‘손님의 생일날을 기억해주는 섬세하고 따뜻한 식당. 사장님 번창하세요~’
몇 주 전에 생일날 별 다른 약속이 없다고 툴툴거리길래 생일날 미역국이나 먹으러 가게에 들르라고 했던 손님이었다. 다른 리뷰들도 이 참에 훑어본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식사 기다리기 동안 손님 취향에 맞는 주전부리를 챙겨 주는 식당. 사장님 저는 계속 육포로 주세요~’
혼자 하는 식당이다 보니 음식 대기 시간이 길어져 서비스 차원에서 손님 취향에 맞게 간식들을 챙겨줬었다. ESTP 손님은 육포, ESTJ 손님은 프루팁스, INTJ 손님은 프레첼 과자. 밥 먹기 전에 무슨 간식이냐 하겠지만 손님들은 좋아했다.
리뷰를 보니 어떤 마음으로 식당을 열었는지, 손님들을 대했는지가 떠오른다. 대화로 취향을 알아내서 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었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이 음식점에서 편히 놀다 갔으면 좋겠다. 손님 맞춤형 방식으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으면 프랜차이즈 맛집은 어울리지 않았다. 고민하며 내온 음식을 먹고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 나는 입에 풀칠 밖에 못 할 식당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다만 내 식당이 생명력을 갖고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 발길을 잡아야 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체력 관리와 여유롭고 열린 마음만이 필요했다. 이 정도는 준비 가능하지.
며칠 뒤 다시 장사 준비를 한다. 식당 입구에 팻말을 ‘OPEN’으로 돌려놓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더 이상 질투하지 않기로 마음 잡아본다.
‘짤랑’
낯선 얼굴이 문을 열며 다가온다. 처음 보는 손님이다. 저 손님이 진상 일지 단골손님이 될지 모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본다.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