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3/4 플랫폼

새벽 6시

by 올디비



"꼭 여섯 시여야 해?"

친구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새벽은 쉽게 마주치지 않는 시간이다. 시험을 앞두고 뜬눈으로 지새운 밤의 끝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서 있던 지하철역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텅 빈 거리에서. 그때마다 새벽은 조금 낯설고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새벽을 만날 때마다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해리포터가 플랫폼 9와 3/4을 지나 마법세계로 들어가듯, 새벽에도 그런 통로가 숨어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새벽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전혀 다른 세계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다. "새벽 여섯 시, 시장에 같이 가자."



새벽 5시 50분. 고요한 거리 속, 우리는 시장을 향해 걸었다.

"진짜 가는 거야?"

"당연하지."

친구의 목소리에 후회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장 입구의 낡은 간판 사이로 들어서는 순간, 벽돌담을 통과한 듯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소쿠리에 차곡차곡 쌓인 채소들, 얼음 위에 꽁꽁 누운 생선들, 전 부치는 기름 냄새, 분주한 손놀림. 여섯 시는 분명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미 한참 지나온 시간이기도 했다.


"어서 와, 뭐 드실래?"

식당 안에는 이미 어르신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계셨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낮은 목소리, 짧게 터지는 웃음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낯설면서도 친밀한 풍경이었다. 내가 알던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은 이른 새벽에 이렇게 평온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을 지키며 반복되는 하루가 쌓아 올린, 단단하고 따뜻한 힘이 있었다.


"조금 놀랍다." 친구가 말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어둡고, 고요하고,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활기찬 사람들과 더 따뜻한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모험은 낯선 장소가 아니라, 이렇게 낯선 시간 속에 숨어 있었나 보다.


시장을 나서며 나는 이미 다른 새벽의 통로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새벽의 거리는, 식당은, 사람들은 어떨까. 아직 발견하지 못한 플랫폼들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새벽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플랫폼 9와 3/4에 대한, 그리고 그곳을 지나 만나게 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


"꼭 여섯 시여야 해?" 이제 나는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간을 통과해 전혀 다른 세계에 닿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