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아니면 우리는 맥모닝을 먹을 수 없다

- 에그머핀, 새벽 5시

by 올디비



대학교 3학년 겨울, 친구와 나는 자격증 시험을 핑계로 밤을 새웠다. 사실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 과자를 뜯으며 수다를 떨고, 책을 펼쳤다가 이내 덮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맞이한 새벽 다섯 시, 배가 고파 맥도날드로 향했다.

“맥모닝이나 먹자.”


맥머핀에 특별한 맛은 없다. 하지만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 무엇보다 바삭하고 짭짤한 해시브라운, 유난히 쓰게 느껴지는 새벽의 커피 한 모금이 더해지면, 이상하게 특별해진다.

하지 않으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법. 공부하지 않으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던 밤을 지나, 마음은 이미 ‘될 대로 돼라’는 포기에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밤을 새웠다는 묘한 뿌듯함이 있었다.

그 새벽의 맥모닝은, 고생한 어제를 위로하고 오늘 하루만 더 버티라며 토닥여주는 맛이었다.


몇 년이 지나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하루 종일 회사일에 시달린 몸은 퇴근과 동시에 피로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눕는 순간, 하루는 이미 끝나 있다.

의미도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다 보면 어느새 밤 12시. 남일 해주는 시간, 남들 잘 사는 모습 들여다보는 시간, 하루 종일 흘러간 시간 속에서, ‘이게 내 인생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알람을 두 시간 앞당겼다. 새벽에 집을 나서 출근길에 있는 맥도날드로 향했다.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사소한 투쟁심이 끓었다. 미라클 모닝은 번번이 실패했지만, ‘먹을 게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는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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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모닝은 그새 맛이 좋아졌나 보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담백하고, 씁쓸하다. 쓰디쓴 커피가 위장을 울리지만, 고소한 감자로 얼른 기름칠을 해준다. 담백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인 머핀에 서둘러 커피 한 모금.

무엇보다 조용하고 여유롭다. 책을 읽고, 미뤄둔 일상을 정리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자꾸만 낭비되는 것만 같은 삶에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그 가운데 따뜻한 걸 먹으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찍 나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사실 맥모닝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새벽이라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인지도 모른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혼자 걷는 길, 커피 향과 빵 냄새가 섞인 작은 행복,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를 바라보는 여유,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 열심히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일상에 쫓기는 삶 속에서, 잠시나마 온전한 시간을 찾아낼 수 있기를.

새벽은 오늘도 문을 열어둔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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