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벽

인도, 뉴델리 새벽

by 올디비


한 달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델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밤새 달린 야간버스가 새벽녘 델리에 닿았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 델리는 그저 혼란스러웠다. 소음과 냄새, 무질서와 낯섦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혼란이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곧 떠난다는 마음 때문인지, 이제는 반갑기까지 했다.


호텔로 향하는 릭샤에 올랐다. 잔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물어보니, 기사도 고개를 저었다. 내리지도 타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는데, 근처에 있던 남자가 다가와 짜이 한 잔을 내밀었다. 인도 사람들은 새벽이면 달콤하게 끓인 홍차를 거리에서 나누어 마시곤 했다. 낯선 곳에서 건네진 따뜻한 차 한 잔이, 묘하게 안도감을 줬다.

기사는 결국 호텔에 가서 돈을 바꾸어 지불하라 말하며, 릭샤를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손의 짜이를 흘끗 보며 말했다.

"그건 버려."

"왜요?"

"버리라니까!"

그제야 나는, 조금 전의 호의가 순수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아챘다.

인도 여행은 냉탕과 사우나, 달콤함과 씁쓸함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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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델리 기차역이 떠올랐다.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누구보다 현지인처럼 앉아 있던 내가 친근하게 보였던지, 진짜 인도 친구들 몇 명이 다가왔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그들도 불편했을 텐데, 한참 남은 나의 기차 시간을 함께 기다려주기로 결정한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덕분에 시간이 빨리 흘렀다. 기차 시간이 다가와 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인도의 기차는 악명이 높다. 무엇보다 제시간에 출발하는 열차 자체가 없으니, 내가 탈 기차를 알 수가 없다. 엉켜버린 플랫폼 속에서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저쪽에서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들이 다가온다.

"괜찮아요? 기차 찾았어요?"

그들은 내 표를 확인하고, 함께 달려 내 자리를 찾아주었다. 걱정이 되어 보러 왔다고 한다.


인도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또다시 세워지는 곳이다.

따뜻한 순간과 불안한 순간이 한 장면 안에 복잡하게도 엉켜 있다.


인도처럼, 우리의 삶도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간다.

좋음과 싫음, 두려움과 안도, 믿음과 의심을 반복하면서도 우리가 사람을 놓지 못하는 이유.

결국엔 사람을 믿어버리는 이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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