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새벽
나의 새벽 도깨비 짓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호치민을 경유하던 길이었다. 이 도시를 그냥 스쳐 가기가 아쉬웠다. 오전 비행기를 타기 전, 새벽에 일어나면 동네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5시에 여는 식당을 찾아뒀다. 하지만 알람을 몇 번 미루고, 6시가 되어서야 골목 안의 작은 쌀국숫집 앞에 섰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실제로 하루를 시작하는 곳. 그곳이 보고 싶었다.
문을 열자 가게 안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플라스틱 의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숟가락을 멈추고 낯선 외국인을 바라봤다. 반응을 보아 현지인 맛집이 분명했다.
홀로 선 도깨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잠시 당황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머뭇거리던 아주머니가 직업 정신을 발휘하듯 빈자리를 가리켰다. 앉으라는 뜻이었다.
메뉴를 묻고 싶었지만 말은 통하지 않았다. 검색해 둔 베트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봤지만 아주머니는 미안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결국 손짓, 발짓, 미소까지 총동원해 쌀국수와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다. 이 더운 나라에서도 굳이 뜨거운 커피를 고집한 이유는 단순했다. 기본 설정이 아이스로 되어 있는 키오스크와 싸울 만큼, 차가운 음료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쌀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야채가 함께였다. 민트, 고수, 숙주. 싱싱하고 싱그러웠다.
그런데 커피가 더 인상적이었다. 작은 잔이 뜨거운 물로 가득 찬 대접 안에 담겨 나왔다. 마치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아마도 이 더운 나라에서 그렇게 마시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낯선 도깨비를 이해하려는 아주머니의 배려였다.
창밖으로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새벽인데도 거리는 이미 깨어 있다. 동네 여기저기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대접 안에 담긴 커피를 바라보며, 이 도시의 리듬을 이해한다. 따뜻한 국물로 몸을 데우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긴 하루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새벽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 답했다.
진짜 현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그들의 허를 찔러 새벽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곳에는 관광객을 위한 미소가 아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표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