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의 기다림으로 달콤해진다

by 돌변

3초 뒤에 찾아온 맛


커피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식은 얕습니다.

신기하게도 맛은 예민하게 봅니다. 그런 제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는 다채로운 아로마가 느껴지는 커피.


어느 날, 낯선 감각이 혀를 찔렀습니다.

첫맛은 쌉싸름한 탄맛입니다. 묵직한 쓴맛이 뒤를 잇습니다.


그런데 목을 넘기기 직전, 3초 뒤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혀끝에 기분 좋은 단맛이 선명하게 번집니다. 신기했습니다.


바리스타 후배에게 물었죠.

"원래 커피 중간에 단맛이 나니?"


후배가 웃습니다.


"그럼요. 잘 볶고 잘 내리면 가능해요. 사실 그 단맛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기술이죠."


일자무식 커피 마니아는 그날 배웠습니다.

진짜 커피의 단맛은 기다림 끝에 찾아온다는 것을.



인생이라는 에스프레소


인생도 커피와 같습니다. 인생의 단맛은 단독으로 오지 않습니다. 지독한 쓴맛과 매캐한 탄맛을 통과해야 비로소 얼굴을 드러냅니다.


결국 단맛을 만나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야속한 점도 있습니다. 달콤함은 너무나 짧게 스쳐 지나갑니다. 기다림은 길고, 달콤한 순간은 찰나입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은 꿀이었다


저는 비행기를 타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사진앱을 켜고 사진을 지웁니다.

중복된 사진과 업무용 캡처를 지웁니다. 비워내기 위한 정리이죠.


그러다 과거의 찰나들 앞에 멈춰 섭니다. 어느덧 정리는 뒷전이고 순식간에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아이들과 물총놀이를 하며 활짝 웃던 얼굴을 보며 웃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나누었던 다정한 대화 영상을 보며 울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과 찍은 재밌는 순간을 보고는 자지러지기도 하죠.


지나온 우리 인생은 모두 달콤한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힘들고 고달파서 카메라에 담지 못한 그 시절도 지나 보면 달콤한 순간이었죠.

성장의 통증이었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유독 쓰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커피의 쓴 맛 뒤에 달달한 여운에 있듯,
우리 인생도 지나 봐야 비로소 달콤합니다.

지금의 쓴맛은 미래의 당신이 그리워할 달콤한 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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