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선생

그날 올챙이 선생한테 가난한 학생이 당한 모욕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by 감동의 날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의 별명은 올챙이였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용모의 특징을 잘 표현한 별명이었다.

그는 키는 작아 짜리몽땅한데다 배는 불룩하고 큰 얼굴에 비해 입이 너무 작아서

그렇게 별명을 지은 것 같다.

내가 생각엔 어떤 학생이 나처럼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억울하고 미워서 앞에 대놓고 욕은 못하고 그의 울분을 표현한 별명 같기도 하다.


우리 중학교 때는 수험료를 1년에 3달치씩 네 번 나누어 냈는데 6,7,8, 월치 2사 분기 때였다.

그때가 시골에서는 보릿고개라 해서 1년 중에 돈이 제일 궁했다.

그날이 목요일인데 지금까지 수험료를 못 낸 사람은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했다.

그때까지 수험료를 못 낸 사람이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이었다.

올챙이 선생은 그 여섯 명을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하더니 다른 선생님이 옆에 있는 데서

큰 소리로 다음 주 월요일에 수험료를 가져올 사람은 지금 가도 된다고 하니 두 명이 가고

나 포함 네 명이 남았다.

그는 남은 네 명에게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수험료를 가져오라고 계속 닦달했지만,

남은 네 명은 무슨 큰 죄나 지은 죄인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집에 가서 부모님을 졸라봐야 집에 돈이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속이 답답하고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남은 네 명 중에는 아버지가 "소사"라 불리는, 국민학교에서 고정 일군으로 허드레 일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는 공부도 잘하며 학급 반장을 하고 있는 모범생이었는데 올챙이 선생은

그 친구 아버지가 교사인 줄 알고 너는 아버지가 교사이면서 수험료를 왜 월요일까지

못 가져오냐고 심하게 질책했다.

그도 나름대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지 머리를 조아리며 쩔쩔매며 즉답을 못 하고 있었다.


네 사람 다 끝내 월요일까지 수험료를 가져온다는 대답을 못 하자 올챙이 선생은 제풀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퇴근하는 자기 뒤를 따라서 오라고 했다. 우리 넷은 올챙이 선생 뒤를 쫄쫄 따라

학교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인 면 소재지 사거리에서 고창으로 가는 방향으로 100미터쯤

내려가다 좌측으로 꺾어 30여 미터쯤 들어가는 큰길가 기와집까지 따라갔다.

그는 집에 도착해서는 웃옷을 벗어 마루에 내던지고 러닝 샤츠만 입은 채 마당 한쪽 구석

댓돌 위에 세숫대야가 놓인 데서 세수 준비를 했다.


그의 부인은 수건을 들고 옆에 서 그가 세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 그때 순진하게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올챙이 부인; 저 학생들은 무슨 잘못을 했어요?

올챙이 선생; 응, 2사 분기 수험료를 제때 안 내는 놈들이야,

올챙이 부인; "당신! 이리 좀 와 나하고 얘기 좀 해요" 하고는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 나지막한 소리로 여보! 저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요. 요즘 시골이 보릿고개 때라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부모들이 수험료를 못 줘 그러는 건데, 저 학생들 지금까지 집에도 못 가고

배가 얼마나 고프겠어요, 당신 그러지 말고, 저 학생들 그냥 얼른 집에 가라고 하세요, 불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감성이 풍부한 문학 소년이며

수험료를 제때 못 내는 가난한 중학생의 비현실적인 망상에 불과했다.

올챙이 선생 부인은 그냥 가만히 서 있다 그 잘난 남편이 세수가 끝나자,

그에게 수건을 건네주는 것으로 그 알량한 사모 역할을 끝냈다.

그런 경우를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전화비가 무료인 카톡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그날 네 사람 중 한 사람이었던

중학교 친구한테 올챙이 선생한테 당했던 그 얘기를 했더니,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흥분하며 자기도 그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지금도 그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서며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 나는 그 올챙이 선생, 그 새끼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어"

이어 공부하는 데는 머리를 몹시 아꼈던 그는 "그놈의 올챙이 새끼! 공부 잘하는 애들만

편애하고, 에이!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 그 올챙이 새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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