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가슴에 남은 위로의 말

내가 지금 당신들에게 돈을 빌려 주지만 나중 내가 빌릴 수 있는 게 인생

by 감동의 날

내 평생 가슴에 남은 위로의 말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얘기를 해보고 싶다.

2년 반의 긴 병상의 생활, 24시간 중 20시간을 극심한 통증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매일 죽음을 생각하던 때였다.

내일모레 내야 할 아파트 비를 이달에도 또 못 낼 것 같았다.

저번 달에 아파트비용을 제때에 못 내 과태료

우리 집 식구 두 달 식료품 비용인 피 같은

돈 500$(약 60만 원)를 이웃 지인들에게 사정사정에 겨우 빌려서 냈다.


아내는 오늘 아파트비를 빌리려 워싱턴 D.C 에 있는 조 집사님 옷 수선 가게를 찾

아 가봐야겠다고 해 혼자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주소를 아니 전철을 타고 간다고 했다.

그때 아내는 아직 운전 면허증도 없고 전철을 타고 간다고 했지만,

워싱턴 D.C 전철역이 복잡해 전철을 타고 한 번도 D.C 에 가본 적이 없는

아내 혼자 가기엔 위험하기도 하고 장소를 못 찾고 헤맬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내가 같이 갈 수 있는 형편이 안 됐다.


나는 병석에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일어설 체력이 없어 조금만 서있으면 식은땀이 나고

심한 현기증 때문에 아예 밖에를 못 나간 지가 오래됐다.

밖에 장시간 나갔다 길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하는 어쩌나 생각에

밖에 나가는 일이 두려웠다. 더군다나 집에서 차를 타고 전철역까지 가 전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전철을 타고 40 여분을 가야 하는데,

전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정신을 잃고 전철 안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 낭패라는 생각 해 두려움의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 렌트비를 못 내면 온 가족이 길거리로 쫓겨날 판인데,

손 놓고 방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 몸으로는 큰일 날 일이라고 한사코 만류했지만,

나는 아내에게 위싱턴 전철역이 복잡해 당신 혼자 가면 헤매고 고생할게 분명하니

나하고 같이 가야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일어서기도 힘든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차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는데,

운전한 지 10분도 안돼 벌써부터 몸에서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속이 매스껍고 어지러워지며 금방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20여분을 움직여 가까스로 전철역에 도착해 전철역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북 버어지니아 비엔나 역에서 워싱턴 D.C로 가는 전철을 탔다.


전철을 타고 5분여나 갔을까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고 전철 천장의 온통 빙글빙글 돌았다.

현기증이 나고 창자가 뒤틀어 오르는 헛구역질이 나면서 곧 정신이 앓을 것 같아 전철역 바닥에

그냥 벌렁 드러눕고 싶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전철 의자 앞 손잡이를 틀어잡고 이를 악물고

버티며 지옥 같은 40여분 만에 조 집사님 옷 수선가게에 도착했다.

나는 아무 정신이 없고 몸은 거의 초주검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 조 집사님 가게는 전철역 출입구 바로 앞 건물 2층 있었다.

조그만 가게 한 칸에 시계수리, 구두 수선, 조 집사님 옷수선으로 3등 분해 일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여자 조 집사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초면이었다.

아내가 운전을 못해 교회 오고 가는데 조 집사님이 라이드(태워 줌)해준다는 말만 들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 우리를 보고 조 집사님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2년이 넘는 동안 병고에 시달린 내 얼굴은 백지창처럼 창백하지, 몸에 있는 살이란 살은 다 빠져

피골이 상접한 나의 몰골을 보고 조 집사님은 놀라워하며 한동안 할 말을 잇지 못했다.


나보고 이 몸으로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물어 전철 타고 왔다 대답했다.

아프다는 말을 들어 몸이 안 좋은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 상태가

이런 줄을 몰랐다며 이번에는 아내 쪽을 바라보며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쉽게 말을 못 꺼내고 눈물만 흘렸다.

조 집사님은 말을 해야지 무슨 일인지 알지 그렇게 울지만 말고 무슨 일인지 말을 하라고

아내의 손을 잡으며 대답 재촉했다. 조 집사님은 아내가 말을 안 하니 내쪽을 쳐다봤다.


나는 힘없이 말했다.

“집사님! 저는 집사님을 알지도 모르는 초면인데 우선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파트비를 내일까지 내야 하는데,

저번 달에도 아파트비를 제때 못내 과태료 500$(약 50만 원)이나 냈는데,

이번 달 아파트비를 좀 빌리러 왔습니다,

제 몸이 이렇게 아프니 언제 갚는다고 약속도 못 드리겠습니다.

제가 몸이 어서 나아야 일을 해서 갚을 텐데” 하고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머뭇거리는데,

조 집사님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2.000$(약 220만 원) 필요합니다” 했다.


조 집사님은 “그런 큰 돈은 없는데, 그래서 카드로 전철역 안에 있는

현금 출납기에서 돈을 인출해야 하는데, 나는 카드로 물건만 쌌지,

현금은 한 번도 안 빼봐 현금 출납기에서 그 큰돈이 인출될는지 모르겠네” 하셨다.

그리고는 나보다는 몸이 안 좋으니 가게에 앉아 쉬라고 하고.

전철역 현금 출납기로 가보자고 아내를 데리고 나가셨다.

한참 후에 돌아와서는 내가 부탁한 2.000$에 500$ 보태 2.500$( 약 300만 원)의 현금을

내 손에 쥐어주시면서 이 돈은 몸이 나를 때까지 갚지 않아도 되니 돈 갚을 걱정 말고

어서 몸이나 빨리 나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다음 하신 따뜻한 위로의 말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조 집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은 당신들한테 돈을 이렇게 꾸어 주지만 살다 보면,

내가 거꾸로 당신들한테 돈을 꾸러 갈지 모르는 것이 우리 삶이고 인생이니,

살다 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좋은 날도 있을 테니,

아직 애들도 어린데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고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 등을 두어 번 두드리면서

“애 아빠도 처 자식을 봐서라도 빨리 힘을 내 몸을 회복해야 한다” 했다.

아내에게 애 아빠 몸이 너무 안 좋으니 어둡기 전에 빨리 들어가라고 하셨다.

전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오는데 가슴에서 뭉클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빌려달라는 돈에 500$을 보태주며 돈 꾸러 간 사람 자존심 전혀 안 상하게 하고

오히려 따뜻한 위로의 말까지 해준 조집사님의 사랑에 감동이 일었다.

오랜 병고에 시달려 절망감이 팽배해진 내 마음은 마치 오랜 가뭄으로

금이 쩍쩍 갈라진 메마른 대지처럼 감정이라곤 남아 있지 않는.

그런 메마른 대지에서 감동 감화의 꽃 봉오리가 피어나고 있었다.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었다.

한겨울 바싹 마른 싸리나무처럼 온몸에 물기라곤 없을 것 같은 나의 심신에서

나오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어 전철을 타기 위해 긴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눈물이 나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조 집사님이 우리 부부에게 따뜻함 하나님 사랑의 손길을 손수 보여주어면서

오랜 병상에 시달려 메마른 나의 마음을 따뜻한 위로의 말로 어루만져 주셨다.

그에 대한 격하게 일어나는 감동이 좀처럼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는 한쪽 구석의 음료수 자판기 모서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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