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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Sep 01. 2024

이렇게 여름이 가고 있다.

내 인생의 전성기도 익어가기를 바란다.

아침을 시작하는 창밖의 매미 소리가 사라졌다. 어제까지는 간간이 들리던 소리가 9월이 되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정오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조용하다.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 소리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그마저도 없으니 한편으로 서운하기도 하다.

     

집 근처에 나무들이 많아서, 여름 한 철에는 아침에 창문을 열 때마다 극성스러운 매미 소리에 성하의 열기가 더 덥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제 제철이 지난 것을 알고 다른 곤충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손들은 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으로 들어갔겠지. 몇 년을 기다려서 성충이 된 후에 겨우 2주 이내의 시간만 살다 간다는 매미, 무엇이 진정한 전성기인가.

     

이렇게 계절의 여름이 가고 있다. 계절은 반복되는 것이니 내년에 또 여름이 오겠지만, 내 인생의 여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언제가 가장 왕성하고 활발하게 성장하던 여름의 시기였는가. 오세영 시인의 ‘8월의 시’를 다시 떠올리며,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지나온 전체의 길을 잠시 돌아보게 된다. 가을을 맞이하는 바람 때문인가.     

현재의 근무지에서 계약기간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었다. 근무일로는 내일부터 한 달이지만, 추석 명절의 연휴 기간과 건강검진을 위한 연차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일할 수 있는 날을 더 짧아진다. 어쩌면 조직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상관없이 세월이 나를 점점 국외자로 만든다.

     

지난주에 ‘Job 페스타’ 행사에 참여하였다. 원래의 목적은 소속 기관에서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컨설턴트로서 참여였지만, 방문객들의 소요가 많지 않아 개인 시간을 가졌다. 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곳들을 방문하고, 혹시나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하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성사된 곳도 없다. 절실하게 찾는 사람들도 많았고, 행사장에서 지원해 준 사진을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지원서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 밖에 있었다. 마무리를 앞두고 있으니 나도 당연히 구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망설임이 앞선다. 아직 마음으로부터 여름이 가고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얻은 것도 많다. 무슨 일이든 머물러 있으면 퇴보함을 느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제 지원서도 혼자서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기는 지났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면 훌륭한 조언자를 집안에서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채용자의 입장까지 상정하여 나의 지원서를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눈앞에 펼쳐 저 있었다.

     

여름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가을의 결실을 위한 성장 기간으로 역할이 크다. 알찬 곡식을 위해서는 많은 일조량의 뜨거운 햇볕과 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름은 거친 비바람을 같이 준다. 이겨내야 알찬 과일과 곡식으로 여물 수 있다. 

나의 계절도 마찬가지다. 좋은 것만 안겨주는 여름의 전성기는 없었다.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성장을 위한 격려와 시험이었으리라 여긴다. 나는 아직 성장과 더 나은 결실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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