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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은 막걸리의 계절이다.

아무리 좋아도 과함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by 여문 글지기

막걸리는 7월에도 어울리는 술이다.

도수는 낮은데 열량이 높아서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고 기력을 보충하는 데 알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걸리는 농주라고도 불리는가 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7월, 장마가 끝난 논은 잡초가 무성하여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어릴 적에 아버지는 힘들게 논매기를 마치고 집에 오시면, 등목 후에 막걸리로 일과를 마무리하셨다.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 중 하나로, 농경사회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예전 농부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막걸리를 한잔하며 피로를 풀곤 했고,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웃 동네 술도가에서 막걸리를 받아오는 심부름은 형과 내 몫이었다.

올해는 마른장마라고 비다운 비도 없이 지나가지만, 문득 TV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벼를 보면서 막걸리가 연상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막걸리는 쌀을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막걸리는 현대인들에게도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술로 인식되며, 다양한 맛과 스타일로 재탄생하고 있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막걸리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만든 현대적인 막걸리도 많이 등장했다. 이렇게 막걸리의 시장도 다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소비층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의 다양한 막걸리는 농주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막걸리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들도 많다.

맛과 품질에서 어느 종류의 술에 비교하여도 견줄 만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몇 년 전에 일산의 막걸리 축제에 다녀온 일이 있다.

이렇게 많은 막걸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시음하는 술맛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내 입맛을 탓하기도 했다. 나는 절대로 소믈리에 같은 직업은 어울리지 않겠다고 자조했었던 기억이 난다.

축제에 참여하지 않은 종류까지 더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는 일이 오히려 무의미할 것이다. 다양성이 판매의 증가와 막걸리 애호가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막걸리가 사회 유대강화에 한몫했다면, 현재는 축제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일부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막걸리라도 적당히 즐기는 게 중요하다. 과음은 건강에 좋지 않고, 막걸리도 예외일 수는 없으니까!

“낮술에 취하면 부모도 몰라본다.”라는 속담도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관련된 다양한 축제들이 열리며, 사람들은 전통문화와 볼거리를 즐기기도 한다. 그냥 지나가는 행사가 아닌 문화적 배경을 담아서, 막걸리가 단순한 술을 넘어 우리의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의 하나가 되기를 기원한다.

나는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비 오는 날 아내가 전을 부치면 우리 부부는 막걸리를 마신다. 값싼 막걸리가 좋다. 자주는 아니지만, 우리 집의 소박한 향취이고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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