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지난 길을 돌아보아야 한다.
여정(旅程)을 정하고 길을 가다 절반쯤 지나면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짧은 거리의 나들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중간에 휴식이 필요한 비교적 긴 여행이나 1박 이상의 목적이 있는 여행이라면 반드시 돌아봄이 필요하다.
가는 길에 시행착오가 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중간쯤에 돌아보면서 고칠 수 있다면 그래도 너무 늦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휴게소에서 들르면 남은 길을 생각하고, 목적지에서 할 일을 다시 점검한다. 단순한 여행이라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떠나기 전에 집이나 기타의 일 정리는 잘했는지, 목적지에서 할 일을 위한 준비물까지 다시 점검해 보게 된다.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여기서 차를 돌릴 것인지, 후속대책을 마련한 후에 출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그 기회를 놓친다면 나중에 더 큰 노력이 필요하거나 시간과 비용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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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일 년의 절반이 시작하는 달이다.
을사년이 시작되는 1월에 찬 공기를 마시면서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면서 남은 해를 어떻게 보내며 내년 새로운 해를 맞을 것인가 까지를 점검하기 좋은 달이다.
계절은 이제 불볕더위로 바뀌어 있다. 더운 만큼 늘어지고 소홀해지기 쉬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반년의 노고를 위로하고 갈 길을 채근해 볼 때다.
작년 연말에 새운 신년 계획을 다시 보았다. 계속하던 일을 올해도 빠트리지 말고 하자는 일도 있고, 작년에 못 이룬 일이지만 올해는 꼭 하리라고 다짐하면서 계획한 일도 있고, 새로운 일도 있다.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시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어찌해야 할까. 일찌감치 없애거나 새롭게 바꾸어야 할까, 아니면 연말에 새로운 다짐과 함께 다시 일정의 어느 부분에 포함해야 할까.
망설이면서 흘리는 땀이 단지 더워서는 아니다.
다행히 잘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올해도 운이 닿아서인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독서계획도 진전이 있으며, 운동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한 일들은 작지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못한 일은 외면하면서, 그나마 잘한 일에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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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나에게 준 충고가 고맙다. 이제는 좀 더 내려놓고, 무엇인가를 더 이루기 위해 자기를 너무 닦달하지 말라고 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에 전원생활을 즐기는 어느 부부를 보았다.
부부 두 분이 모두 대학 강의를 하셨던 분들이었는데, 놀라운 일은 책꽂이에 책이 아주 적었다는 사실이다. 대담자가 그 사실을 물었더니 귀촌하면서 모두 정리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지금은 정원 가꾸기와 새로운 취미 생활에 열심이었다.
어떻게 책을 정리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이해는 되는데 내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감 비슷한 감정이 아닌가 여겨본다.
나는 아직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세상에 알려질 정도의 큰일이 아니다.
그저 생업에 쫓겨서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하고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의 수준을 좀 더 올리고 싶어질 뿐이다.
7월에 돌아보는 연초 계획이 더위를 물리치는 생각거리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