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같은 소재를 다르게 표현한 세 권을 책을 읽었다.
이것도 계획된 우연인가. ‘뇌’에 관한 책을 세 권째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손정헌 작가의 <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란 책이고, 두 번째는 이와다테 야스오란 일본인 의사가 쓴 <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라는 책이다.
세 번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쓴 장편소설 <뇌>이다. 세 번째 책은 상권까지 읽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책들을 보다가 관심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갔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고, 일부는 활용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소재를 던져주고 주변 지식을 찾는 일은 기존의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사람의 감성에 맞는 글은 역시 직접 써야 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얻은 결론이다.
손정헌 작가는 ‘마음으로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뇌 과학이 증명한 삶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고 했다. 전문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자기 계발에 대한 문제를 뇌 과학으로 잘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다테의 글은 나이 들면서 생각나지 않는 단어와 이름 때문에 불안해지던 마음에 일말의 희망을 주었다. ‘망각은 뇌의 오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라고 하는 말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망각은 뇌를 젊게 만드는 습관으로 뇌가 의식적으로 하는 어떤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잊을 것은 잊고, 기억도 가볍게 하면서 마음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근거 있는 희망을 발견하였다.
<뇌>라는 소설은 번역 출간된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 읽었던 기억이 희미하여 뇌 관련 책을 읽은 연장선에서 다시 보고 있는 책이다. 읽을수록 큰 흐름은 기억나는데,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놀라운 사실은 소설의 상당한 부분이 현재에 구현되어 있고,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까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와 체스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미있는 말도 있다. 인체 중에서 가장 연구가 덜 이루어진 부분이 뇌인데, 그것을 연구하는 일도 뇌가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연구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게 될 수단이 인공지능(AI)이다. 사람의 뇌가 작용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학습된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것이 생성형 인공지능인데, 이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뇌의 역할을 경감시켜 주거나 대신하기도 한다. 한 편의 아이러니로도 보인다.
<뇌>라는 소설에서는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과 체스 게임에서 최종 승리하지만, 2016년 당시 세계 최강이던 이세돌 기사는 ‘알파고’라는 프로그램과 대국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 이후 더 발달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정상급의 기사들과 대국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바둑을 배우려는 열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는 모르지만, 사람들끼리의 바둑 대국은 계속되고 있다. 바둑에 승리 외에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계산능력과 속도 면에서 사람의 뇌가 컴퓨터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권까지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얻고, 앞날에 뇌 과학을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것인가를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