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Jul 27. 2025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가 바뀌고 상당히 지났는데 앞차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앞쪽을 보니 폐지 모은 수레를 끄는 노인 한 사람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신호가 끝날 때까지 건너지 못할 정도로 느린 걸음이었다.

바깥은 오전이라고 해도 지열까지 합해져서 벌써 3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르고 굽은 어깨, 힘겨운 발걸음, …. 저렇게 부지런한데, 왜 오늘도 염천에 수레를 밀면서 적은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가.

빌라촌의 골목길을 누비면서 힘겹게 모은 부지런한 노력의 결실은 깔끔하게 정리는 잘 되었지만, 부피는 크지 않았다. 그 노인의 짐은 폐지 수집소에서 겨우 몇천 원으로 바뀔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리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무슨 마음일지는 모르지만 모두 기다려 주었다. 한층 성숙해진 시민의식의 한 면을 보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모 방송국의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어느 가수가 불러서 소위 말하는 ‘역주행’으로 유명해진 노래가 있다. ‘막걸리 한잔’이라는 곡이다. 그 가사 중에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하는 구절이 있다. 황소는 끈기와 부지런함의 상징이다. 왜 '뼈 빠지게' 일을 하는 데도 집안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아내까지 고생하게 하였을까?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가진 것 없는 소작농이어서 자신의 노력한 대가의 상당 부분이 지주에게 돌아가고, 그나마 소작할 땅도 부족했을 수 있다. 하필 가진 땅이 천수답이거나 박토여서 노동력에 비해 소출은 형편없었을지도 모른다. 없는 살림이지만 식구들은 많아서 수요를 충당하기도 빠듯하여 재투자 같은 것은 엄두고 못 냈을 수도 있다.

자기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막내아들에게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은 무슨 의미였을까. 그래봐야 별수 없을 거라는 체념이었을까, 변화를 시도하는 아들에 대한 격려였을까. 장가가는 잔칫날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는 것을 보아서는 후자라고 믿고 싶다. 걱정과 기대를 안고 변화를 시도한 아들이 그래도 장가갈 수준은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고 대견했으랴.

지금은 고인이 되신 모 재벌의 회장님이 논에 시도한 변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논에 벼를 심는 대신 대나무를 심었더니 수익이 몇 배가 되었다고 한다. 또 논에 미꾸라지를 양식하였더니 더 많은 수익이 났다고 한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익이 늘었던 것은 분명하고, 더구나 투입한 노동력은 절대 벼농사 보다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대나무와 미꾸라지 양식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변화를 시도하고, 그 변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와, 논에 물 대고 논매기만 보던 시야를 넓혀서 새로운 시장과 판로를 보아야 한다.

그것도 남보다 먼저 거나 협업체계를 갖추고 해야 한다. 논을 단지 벼가 자라는 땅으로만 보는 시각과 가족 경제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의 동네에 정착한 지 10여 년이 되고 보니 주변의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그중에 변화를 시도하여 제법 자리를 잡은 분이 있다. 전통시장 안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인도의 한쪽에 겨우 자리를 마련하고 생선을 팔던 사람이다.

지금은 나름대로 아이템을 발굴하여,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팔고 여름에는 삶은 옥수수를 팔고 있는데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보인다. 노점상에 '웨이팅‘이' 있고,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별도의 인력을 두고 있다.

변화의 시기를 잘 잡은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가까이에 지하철역의 지하도가 있어서 건널목이 없었는데, 주민들의 민원으로 그분의 노점이 있던 바로 옆으로 새로 생겼다. 한적하게 그냥 지나가던 곳에서 갑자기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장소가 되었다. 그 기회를 계기로 변화를 시도한 결과가 좋다. 단지 부지런하지 않고, 변화한 것이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최근 전 세계 1억 독자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하는 나폴레온 힐의 <결국 마음먹은 대로 된다>라는 책을 보았다. 12가지의 성공 철학(The 12 miracles of life)의 두 번째가 '변화를 통한 성장의 법칙'이다. 자연은 인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