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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름이 좋다.

젊은 시절의 여름으로 돌아갈 수 없어도 더위가 싫지 않다.

by 여문 글지기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기상 관측이래 최고의 ~”라는 말이다. 서울의 경우, 열대야 일수가 23일로 7월 기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최저기온도 29.5도로 118년 만에 가장 높은 밤 기온을 기록했고, 7월 평균기온 역시 29.3도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제주 서귀포의 열대야 27일은 1961년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이라 하고, 강원도 정선의 최고기온이 38.5도로 118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춘천, 영월도 각각 37도를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뜨거운 7월이었다고 한다. 이제 강원도로 피서 간다는 말도 옛말이 되려나 보다.

7월은 장마철이어서 평균적인 일조량이 가장 적은 달이었는데 올해는 예외가 되었다. 몇 차례의 폭우가 있기는 했지만 ‘지루한 장마’라는 말은 없었다. 시작도 애매하였는데, 단 며칠의 폭우가 끝나고 나서 갑자기 장마 끝이라고 하였다.

어느 한 해, 덥지 않은 여름은 없었지만, 각종 기록을 접하고 보니 더 덥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반문해 본다.

그래도 여름의 더위가 싫지만은 않다. 아직은 체력적으로 견딜만한가 보다. 곡식의 알이 제대로 영글기 위해서는 여름이 더워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며 커온 영향도 있을 것이다. 휴가도 주로 여름에 몰려 있고, 활동하기에 추위보다는 낫기에 추억도 당연히 더 많다. 아련한 기억 속의 힘든 여름이 많아서인지 에어컨이 있는데도 덥다는 말에 갸웃거리게 된다.

'여름’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이정선 편곡, 징검다리 노래)

흥에 겨워 여름이 오면 가슴을 활짝 열어요

넝쿨장미 그늘 속에도 젊음이 넘쳐흐르네

산도 좋고 물도 좋아라 떠나는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사랑이 오고 가네요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갈숲 사이 바람이 불어 한낮의 더위를 씻고

밤이 오면 모닥불가에 우리의 꿈이 익어요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후략)

이 노래는 1978년 제1회 <TBC 해변 가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곡이라고 한다. 경쾌한 가사와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여름과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밝고 즐거운 곡이다.

약간 억울한 일이지만, 나의 젊은 시절에 노랫말 속의 사랑이나 낭만은 없었다.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멱감고 낚시질하며 '상괭이'라 놀림받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당시 상괭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친구들과 하얀 눈동자와 이를 드러내며 웃었었다.

그리고 소금기에 절은 옷이 마를 날 없이 훈련의 연속이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더위, 온도지수 등은 극복의 대상이었고, 그런 여름을 보낸 후의 구릿빛 피부는 자부심이었다.

아직도 추억은 생생하고, 그래서 더위가 싫지 않고, 기분은 아직도 젊은지 여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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