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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 사회가 온다는데

60대인 내가 미래 시대의 예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by 여문 글지기

우연한 기회에 만나 4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

인생 2막을 위한 교육에서 만난 분들이다. 나이도 다양하고, 성별도 섞여 있고, 공통점이라고는 크게 찾을 수 없는데, 교육 수료 후에도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두 모이기는 어렵지만 아무도 결석을 탓하지 않고, 그저 반긴다. 그래서 모임이 더 길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그중 한 분이 단체방에 올려 준 글이다. 우리의 모임을 기대하게 만드는 따뜻한 글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어쩌면 아주 작은 우연처럼 만나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인연이 되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많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는 인연은 흔치 않지요.

당신과의 이 인연이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따뜻하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모임의 좌장을 맡으신 분의 제안으로 다음 달에는 독서토론을 겸한 모임을 할 예정이다. 정한 책은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호명 사회>다.

시대예보는 1권이 2023년에 출간된 <핵 개인의 시대>이고, 이 책을 먼저 선정하였는데 중간에 바뀌었다. 어차피 토론을 위해서는 두 권을 모두 읽어야 한다. 좌장의 복선이 있는 책 선정이라 여겨진다.

우리의 모임이 우연이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좌장께서 고민하여 제안한 것이 독서토론이고, 나는 기꺼이 찬성한다. 1권을 읽고 토론 준비를 하는 중에 책이 바뀌었지만, 이런 변경이라면 환영이다. 덕분에 반쪽으로 끝날뻔한 송길영 작가의 이야기를 이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람은 가진 것이 없을 때 보다,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더 슬퍼집니다.’ 300여 페이지의 책에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1권에서 핵 개인은 지능화와 고령화가 나선처럼 꼬여지며 스스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이라 했다. 호명 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인이 갖춰야 할 덕목은 미리 저장된 지식을 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탐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나는 호명 사회에서 핵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니 위의 문장에 더 눈에 띄었나 보다.

호명 사회는 더 이상 나이를 변명으로 삼을 수 없는 사회라지만, 60대인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려면 지금도 배워야 하고, 지금도 도전해야 한다. 앞으로도 불필요한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익히고, 내 이름으로 신뢰 네트워크를 만들고, 후배 세대와 지식을 나누고자 한다.


단순한 과거의 명함이 주는 이름이 아닌, 호명 사회에 어울리는 이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지인들의 통찰력이 빛날 토론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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