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 아들과의 동거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들이 MBA 과정의 교환학생으로 8개월간의 미국 단기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벌써 4주가 지나가고 있는데, 부부 중심의 생활양식에서 아들의 존재로 인한 자잘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식단으로, 아들의 입맛 위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미국의 식생활에서 불편함이 사라진 것에 감사하며 가리지 않더니, 슬슬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8개월이면 잠깐의 시간인데도, 아들이 돌아오기 전화 후는 확연히 구분된다. 원래 있던 공간으로 돌아온 것뿐이고 마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들은 아들 나름의, 우리 부부는 부부대로 뭔지 모를 불편함이 있다.
핵가족의 시대에 맞는 생활양식이 어느새 주류를 이루었고, 우리 가족도 거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부모님께서는 증손자들까지 4세대가 한 집에서 거주하셨었다. 분가한 아들 중의 두 가족도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다. 평소에도 자주 마주쳤으며, (나는 할아버지의 분가한 막내아들의 두 번째 손자다)
특히 명절에는 큰집에 모두 모였고 성묘도 같이 갔다. 가족 간의 위계와 친목이 분명한 집안에서 컸는데 지금의 나는 부부만의 생활 형태가 더 좋다. 아들들은 분가해서 걱정 끼치지만 말고 잘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께서 트렌드코리아 2026을 마무리하셨나 보다. 아직 책으로 발간은 하지 않았지만, 강의에서 내년은 ‘붉은말의 해’라서 키워드의 화두는 ‘Horse Power’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10개의 키워드를 내놓았는데, 그중 아홉 번째가 ‘1.5 가구’라고 명명하였다. 김난도 교수님의 말을 빌리면 재미있는 이름의 키워드이다.
가족들이 독립하면서 자유로움은 얻을 수 있으나 고독과 규모의 경제가 주는 이로움을 누릴 수 없다. 그래서 그 단점을 보완하고자 같이 사는데, 혼자 사는 독립성을 헤칠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5 가구인 것이다. 여기에 다시 자원 의존형과 독립 지향형, 그리고 시설 활용형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아들은 '독립 지향형'을 강하게 추구한다.
생활비를 분담하지 않으니, 부모가 보는 측면에서는 자원 의존형인 면도 있다. 직장을 가지고 있어서 제 월급은 독자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독립에 대비하여 저축한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생활비를 내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부모와 같이 밥 먹는 것보다 늦잠 자고 혼자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스스로 청소도 잘 안 하면서 제 방을 치워주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나마 아들이 송길영 작가가 시대예보에서 예견한 ‘핵 개인’으로 살지 않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마음도 없지 않다. 제 가정을 가지려고 계획하고 있고, 부모가 접하지 못하는 음식을 찾아서 주문하거나 식당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접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음식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들이 다시 합류하면서 생기는 변화가 모두 달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이미 부모의 품을 벗어난 자식이기에 독립성은 지켜 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미래의 내 가족의 모습에 대하여 좀 더 숙고해 보아야겠다. 그래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6이 기다려진다. 정확한 답은 얻지 못하더라도 힌트는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