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력서를 다시 쓰며

뒤를 돌아보며 미래를 위한 내실을 다져야 사회에서 생존한다.

by 여문 글지기

이력서를 다시 쓰고 있다.

다음 주에 개최되는 시니어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사전 등록했는데, 면접을 위해서는 이력서를 준비하라고 했다. 양식은 주어져 있고, 경력과 자격증 등 현황만 채우면 되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자기소개서가 빠져서 다행이라 여겨지지만, 어차피 면접을 위해서는 모두 준비해야 할 사항이다.

박람회에 많은 업체가 참가 등록하였는데, 그중에서 내 역량에 맞을 만한 곳을 몇 군데 찾아보았다. 어떤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고, 세부 정보까지 찾아보기도 했다. 새롭게 일자리를 찾기는 시니어라고 하여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물론 기대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우려하고 주저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인생의 후반전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는데, 전반전의 일자리 찾기보다 어렵게 여겨진다. 첫 일자리는 다행인지 이력서를 제출하고, 탈락하는 아픔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후반전에는 이력서를 제출하고도 합격 못 한 곳이 훨씬 더 많다. 최종 단계에서 맞지 않아서 못 간 곳도 있었고, 면접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지원처도 있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 앞에 또 서 있고, 아픔을 갈무리할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이력서를 손질하고 있다.

이력서를 쓰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학업의 길을 되돌아보고, 지나온 경력과 자격증을 살피면서 역량의 정도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지원할 곳의 정보를 검색하며, 필요한 직무에 적합하고 조직에 맞는지를 그곳 채용 담당자의 관점에서 검토해 본다. 면접에서 나의 지원 동기는 어떻게 비추어질까를 두루 살펴본다.

한때는 컨설턴트로서 구직자들을 위해서 상담하고, 구인 공고를 검색하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지원서 작성과 면접에 대하여 조언했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 그 일을 하고 있다.

공고문에 제시된 일자리에 맞는 지식과 기술은 가지고 있고, 제대로 이력서에 반영하였는가, 면접에서 나는 그것을 제대로 강조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함께 한다.

장수 시대가 되면서 중년기인 써드 에이지(Third Age)에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중장년 정책을 다루는 각종 통계자료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써드 에이지에 일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지식 주기가 짧은 시기에 중년에게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것을 모르는 5년 후에는 거의 도태될 거라는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몇 가지 기능을 익히기는 하였지만, 이것으로 일자리까지 보장되고 젊은이들과 경쟁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

그러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이력서의 빈칸을 보면서 생각해 보아도 뚜렷한 답은 모르겠다.

이력서를 쓰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달아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삼는다. 시니어라 불리는 세대가 되었지만, 아직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이력서를 얼마나 더 쓸지는 알 수 없지만, 뒤를 돌아보며 나를 다지는 일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속된 도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