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에 빼앗긴 따뜻한 관계

기계의 편리함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지 않는가.

by 여문 글지기

독립을 거부하는 장성한 아들과 한집에 살면서,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언급한 1.5세대라는 말을 깊이 공감하고, 아들의 일상에 간섭하는 걸 지양하고 있다.

아들, 특히 30대의 중반에 이른 아들은 부모의 품은 진작 떠났고, 몸까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아주 가까운 관계의 손님’이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공감대가 달라지니 같이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점점 줄어든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예전에는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다. 서로의 하루를 묻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이 오가던 자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아들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놓을 줄 모른다. 대화는 짧은 단답형이다. 식탁이 단지 음식을 먹는 용도만은 아닌데…

비슷한 장면은 직장 생활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출장길에 동료와 나란히 앉아 이동할 때, 예전 같으면 업무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화면 속에 몰두한다.

손바닥 안의 그 작은 기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 간에 풍경에 대한 공감도 없으며 대화는 더욱 없다.

이런 일은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도 나타난다.

오랜만에 만나 식당에 앉아도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스마트폰 알림에 끊기곤 한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또 다른 이는 메시지에 답하느라 고개를 숙인다.

결국 어렵게 같은 자리에 모여 있으면서도 각자의 화면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개인용 기기의 발달이 사회적 관계망의 유지에 긍정적 영향도 많이 주었다. 해외에 있는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며 얼굴을 보는 일이 당연하게 되었고, 몇 달에 한 번 편지를 주고받을까 말까 하던 관계가 매일 소식을 접하는 가까운 관계로 바뀌었다.

중장년층에게도 이러한 변화가 특히 소중하다.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줄어드는 시기에, 스마트 기기는 새로운 연결의 창구가 되어 외로움을 덜어주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화면 속 대화는 편리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각자 스마트폰에 몰두한다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다.

직장 내 동료들과 인간적 유대가 점차 약해질 수 있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피상적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이제는 나부터 나서야 할 때다.

솔선하여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식탁에서 자녀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동 간에 동료와 짧은 안부를 나누며, 모임 자리에서는 화면보다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적 디지털 기술 속에서도 인간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회적 관계는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다. 스마트 기기는 그 마음을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할 뿐이다.

내가 먼저 따뜻한 대화를 이어갈 때, 기술은 더욱더 가치를 발휘한다. 내가 앞장서서 관계를 지켜 나간다면, 더 따뜻하고 건강한 연결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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