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순하게 살아라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더?

by 여문 글지기

퇴직 후에 생활이 더 단조로워졌다. 재작년에는 퇴직하고도 중장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배우러 다니기라도 했었다. 퇴직 시기가 10월이어서 운영 중인 과정이 많았던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말에 퇴직하니 관심이 있는 과정들은 아직 시작 전이어서 크게 할 일을 찾지 못했다.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장 큰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 모임에서 좋은 말을 듣고, 의견 교환도 있었다. 월 1회 정기모임에서 한 명이 10분간 자유주제로 발표하고, 나머지는 1~2분 정도 간단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자리였다.

준비하신 분은 <단순하게 살아라, Simplify your life>라는 책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가미하여 발표하였다.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미래를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대비 준비한 양이 많아서 못다 들은 내용은 집에서 좀 더 읽어보고, 인터넷의 서평도 보았다.

거기에서 <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후속작이 나온 것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는 단순함의 주체이자 시간의 소유자인 ‘내’가 시간을 단순화하여 최선의 것을 도출하는 방법에 대해 4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네 가지 영역으로 물질과 소비, 시간과 일정, 인간관계, 생각과 정보를 제시하였다. 단순한 삶을 실천하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게 되면서 오히려 중요한 일에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단순한 삶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며, 연습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지금 하는 일 중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의 기대를 위한 것인가? 더 가지면 행복해질까, 덜 가져야 자유로워질까?”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순간, 삶은 자연스럽게 단순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정년퇴직 후 지금의 나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서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른의 두 배를 넘게 살았지만 ‘흔들리는 인생 앞에서 다시 읽는 위대한 문장들’이라는 부제가 좋아서 단숨에 읽었다. 38개의 주제를 잘 다듬어서 정리해 주었다.

변화의 파도 앞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고전은 여전히 가장 정확한 답을 건넨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는 건지 답은 아직 못 찾았다.

다윈,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많은 석학이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라고 했다.

나는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추구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가. 단지 살아남기 위한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삶은 어떤 목표를 위한 것인가. 앞서간 철학자, 사상가들은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

배움에 멈춤과 끝은 없다. 육체적인 성장은 이미 끝나고 체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더라도, 정신적인 세계는 언제나 성장을 위해 열려 있다.

이제 삶을 복잡하게 하였던 외적 요인들로부터는 제법 자유로워졌다.

시대의 변화가 주는 핵심어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공부를 계속하고, 내가 달려왔던 삶의 여정을 반추하며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