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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Mar 05. 2023

면접관과 면접지원자

서로 다른 입장을 동시에 경험하다.

퇴직을 앞두고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던 작년 말, 지인의 소개로 ‘채용전문 면접관’을 알게 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당장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브랜딩과 프리랜서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말에 솔깃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채용면접에서는 2019년부터 외부 면접관이 50% 이상 참가하도록 제도화되었다. 각 기관 및 기업별과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외부면접관을 초빙하고 임명하여 면접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면접 전문기관에 요청하기도 한다.


분야별 전문 면접관을 교육하고 자격증을 갖춘 면접관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기관이 국내에 10여 개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중 한 곳에 지원하여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하고, 2개월 이상의 교육을 거쳐 이론과 실기 시험을 보고 다행히 통과하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제 채용과정에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면접관을 요청하면, 전문기관(자격증을 부여한 기관)의 판단에 따라 추천되고 요청기관이 승낙하면 면접위원으로 참가할 수 있다. 진급 등 다양한 선발위원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채용 면접관은 처음이어서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어 책과 강의를 통하여 간접 경험을 확충하고 있다.


면접관과는 별개로 작년 말 퇴직 이후 고용센터에 구직등록을 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게 되었다. 지원자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면접관과 구직자로서 지원하는 두 가지의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준비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짧은 기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던 중에 서울시의 공공 일자리 공고를 접하게 되었다. 그중 나이 제한이 없거나 중장년에 대한 제한이 없는 몇 곳을 선택,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다시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채용 면접관 자격시험 준비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원서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자격증을 요구하는 분야가 많았는데, 그동안 다니던 직장에서는 필요치 않아서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당연히 그런 업무는 수행할 능력과는 별개로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이직 및 전직을 고려 중이라면 필수적인 것이 먼저 방향설정이고, 그 방향에 맞는 자격을 구비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이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그동안 현직에 충실한 것만 생각하였지 미래에 대하여 방향설정을 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하였다. 너무 눈앞만 보는 시간이 길었다.


국가자격증을 구비하기 위한 공부와 시험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조차도 피상적으로만 알았다. 그 결과 나의 역량과 능력을 증빙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구직 대열에 선 것이다. 당연히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좁고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곳에 지원서를 제출하였지만 당연히 실패의 연속이었다. 서류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곳도 다수이다. 어떤 곳은 친절하게 불합격 사실을 통보해 주었지만, 어떤 곳은 아무 연락이 없었다. 발표 일에 면접시험에 대한 개별 연락이 없으면 당연히 불합격으로 알라는 것이겠지.


서류심사에 통과하고 면접 기회를 가진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최종 합격까지는 멀지만 면접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최소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투자한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사실과 면접관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지원자로서 면접장에서의 자세는 면접관을 준비하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까지는 그저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는 것에만 집중하였다면, 이번에는 면접관 자체에 대하여 관찰하고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임했다는 것이다.


면접 시험장의 준비부터 안내하고 대기하는 것도 관심사가 되었다. 대부분의 안내는 지원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면접시험의 원활한 진행에 우선을 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합격자보다는 탈락자가 더 많은 현실을 고려하여 어떤 배려가 더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면접관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2019년 인쿠르트 조사 결과 61%의 면접관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에 임한다는 사실이다. 지원자의 87%가 면접시험에 대하여 불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면접에 입하여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이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다. 면접시험 통보를 받고 답변을 준비한 시간이 적지 않은데, ‘1분간 답변할 수 있는 기회 2으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물론 면접 외에도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 짧은 시간에 평가를 하는 면접관들의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면접관 자격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부분이거나, 생각하지 않았을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면접장에서의 느낀 현실과 지원자로서 바라본 면접관의 모습은 결코 멘토로 삼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그런데 인사(人事)는 망사(亡事)’라고도 한다. 인사의 시작은 채용인데, 기관이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는 첫 과정이 채용시험이다. 면접관과 면접지원자로서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경험하고 나니, 이 말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인생의 자산이 된다고 한다. 면접관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말인데 크게 공감이 되는 말이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면접시험에서 평가요소를 바르게 적용하여 최적의 인재를 선택할 수 있다.


금년의 시작은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것은 서로 반대 입장에서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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