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문 글지기 May 14. 2023

오랜만의 가족 모임

네 명이 얼굴 마주하려면 부모가 찾아가야 한다.

파주 출판단지 근처의 식당에서 모처럼의 가족 식사를 하였다. 둘째가 근처에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어서 우리 부부와 큰 아들이 찾아가서 모처럼 이루어진 자리였다. 겨우 가족 넷이 모이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금년 들어 처음으로 같이한 자리다. 


떨어져 사는 둘째 때문에 작은 가족이지만 벌써 몇 년째 1년에 한두 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낸다. 서른 중반이지만 아직 미혼인 아들들로 인하여 30여 년이 넘어도 가족은 넷이 전부인데, 그런 조촐한 가족이 자주 모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큰아들이 신혼생활이나 데이트로 바쁘기를 바라지만, 부모의 마음을 알면서도 휴일은 온통 동호회 활동에 할애한다. 이번 주는 동호회 활동이 취소되어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에게 마음이 동했는지 먼저 가자고 제안하였다. 바로 승낙하고 길을 나섰다.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오고 가기가 쉽지 않다. 직업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둘째가 있는 파주는 서울에서 아주 가깝다. 그래도 오월에 되어서야 넷이 모여서 겨우 점심을 같이 했으니 지리적 위치와 자주 얼굴을 보는 것은 상관관계가 많지 않다.


초급장교에게 책임이 그리 크게 지워져 있지도 않을 텐데, 늘 바쁘다는 아들은 지척에 부모가 있어도 자주 찾기 못 한다. 당직근무도 핑곗거리가 된다. 무슨 근무가 그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근황을 물으면 휴일마다 늘 근무고, 항상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거꾸로 찾아가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집에도 오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그저 얼굴 보면서 크게 그늘져 있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 여기고, 전화로 확인하던 안부를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웃는 낯으로 대한다.


만나러 가는 길의 교통 흐름은 좋지 못했다. 마음은 급한데 차들은 거북이걸음이다. 지난주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조건이 나빠서 나들이 못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인가. 모두가 사연이 있어서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앞서 간다.


서울에서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주변의 풍광은 한가해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운전하면서 이제는 경쟁하지 않는다. 비교적 앞차와 거리를 많이 두어서인지 끼어드는 차들이 많다. 모두 양보한다. 그것이 편한 나이가 되었다.


양보하고 흐름대로 이동하여도 여유 있게 출발하였기 때문에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사실 급할 것도 없는 자리이기도 했다. 조금은 이른 점심시간은 아침을 거르고 나올 것이 뻔한 아들을 염려한 덕분이다. 창가에서 풍광을 보면서 모처럼 자리를 같이하니 그 자체로도 풍족하다. 이미 장성하였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어도 면회 가는 부모의 마음은 비슷한가 보다.


마포에서 장사를 하다가 파주로 옮겼다는 식당 주인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손님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보였다. 음식과 상차림도 좋았지만 추가 반찬은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눈치 보지 않고 덜어올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식탁의 준비에 바쁘면서도 오가는 중간에 혹시 타지 않나 관심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족 모임에 좋은 자리였다. 식당에 대한 평가도 주변의 주민들에게 더 인기가 많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큰 환대보다도 작은 마음 씀이 모처럼의 점심시간을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본격적인 대화는 주변의 카페로 옮겨서 이루어졌다.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보이는 주변이 우선 마음에 들었는데, 여유로운 공간과 다양한 커피도 좋았다. 공간과 어울리는 직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모처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좋은 공간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일 한 집에서 보던 큰아들도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면이 보였다. 항상 새로운 걱정거리는 생기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있는 면들을 보았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있다. 지금쯤은 가족이 늘어야 마땅한 것 같은데, 부모의 마음과 아들들의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다. 세태에 수긍하고 아들들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래도 아장거리는 아이들에게 눈이 먼저 가고 오래 머무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저 고사리 손을 잡으며 웃고 싶다.


돌아오는 길은 허전한 마음보다 항상 일찍 도착한다. 차가 본격적으로 밀리기 전에 이동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귀갓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혼자 남은 아들 걱정을 하면서 잠깐 이동하였는데 벌써 집이다. 이렇게 귀한 오월의 하루가 간다.

작가의 이전글 면접관과 면접지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