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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pr 16. 2023

새로운 독서모임 커뮤니티

책을 읽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다.

개인적인 작년의 성과로 가장 큰 것은,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독서의 습관이다. 간헐적으로 책을 보기는 하였지만, 정기적인 독서의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었다. 그 결과 한 해 동안 읽은 수량은 너무 저조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굿잡 5060 과정을 이수하면서, 처음에는 과정 중의 과제 해결 목적으로 진행한 독서가 제법 습관으로 정착되었다.


생물학자 최재천 박사님의 독서론(‘글을 쓰기 위하여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은 스스로 인정한다. 아직 읽는 책의 일정한 주제를 정하지 않았고, 그 독서를 기반으로 글을 쓰기에는 미숙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의미나마 조금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작년의 두 번째 성과는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게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다작(多作)은 못하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이유와 의무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은 인생 2막을 살아가면서 큰 활력이 된다. 그리고 글쓰기와 독서는 동일한 범주 안에 있다.


올해는 혼자 읽고 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은 독서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인생설계 컨설팅 과정에서 만난 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그중 뜻이 맞는 여섯 명이 새롭게 독서 모임을 만들고 지난달에 그 첫 모임을 가졌다. 


나는 첫 번째 발제자로 지정되어 발표를 하였고, 다른 참석자들은 각자 읽은 내용을 토대로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모임의 좌장인 노련한 교수님 덕분에 진행자체는 비교적 매끄럽게 되었지만, 첫 발제자로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을 시연하였다는 자책도 하게 된다. 


그래도 이왕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도 체감하게 된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미련도 남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을 읽으면서 토의 준비만 하면 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첫 번째 발제는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라고 하여 별로 쉬울 것 같지도 않다. 첫 발제자의 발표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다음에는 이번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걱정이 포함된)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임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지난주에 두 번째 발제자로 지정된 분이 추천한 책이 인터넷 주문을 통하여 도착하였다. 우선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분의 생각이 간접적으로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니 얼굴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독서모임이라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것의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책을 대하면서 유대감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좋은 책을 골라서 추천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제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늘었다. 그전에는 작가에 대하여 생각하고 내용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내 것으로 삼고 싶을 것을 생각했다. 독서모임을 위해 읽는 책은 추천하신 분의 의도와 정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인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다음의 발제자는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있는 분이다. 세월을 성찰하면서 자기를 바라보고 미래를 열어가는 분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주위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같이 나누기 위하여 사진을 공유해 주는 분이기도 하다. 책을 읽기 전부터 추천한 이유와 내용까지 기대되는 바가 컸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클레이하우스’ 섬세하면서 쉬운 문체, 그림까지 직접 그린 작가님의 다재다능함이 느껴지는 책, 읽기는 편했지만 그냥 넘겨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책이다. 단숨에 읽었지만 한 번으로 그칠 책은 아니다.


브런치스토리에 다른 사람들이 읽을 것을 전제로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작가님들은 문구 하나를 위하여 얼마나 많이 고심하고 퇴고를 거듭한 후에 실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얼마나 그 정성을 느끼면서 읽고 있는가.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목차에 따른 길지 않은 글이 있고, 말미나 다음 한 페이지에 그림과 함께 앞글의 내용을 함축하는 짧은 글이 있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가 그냥 넘어간다는 생각이 앞섰으나, 다시 보니 그렇게 볼 페이지가 아니었다.


무심코 읽었던 내용도 그림을 대하고 나서는 다시 돌아가 보게 되기도 했다. 놀라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런 구성을 택한 작가의 의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서는 작가와 간접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혼자만의 질문을 해 보았다. 답은 다시 읽으면서 더 찾아보기로 했다.


그림에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그릴 수도 있는 단순한 그림이지만 책 전체를 보면서는 콜럼버스의 달걀을 생각하게 된다. 완성된 후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글과 어울리는 그림이어야 하고, 중복되지 않는 그림이기 위하여 얼마나 숙고하고, 얼마나 많은 습작을 그리면서 퇴고를 거듭하였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그림을 잠깐의 눈길 뒤에 스치듯이 지나갈 수는 없다. 행간의 의미까지 꿰뚫으면서 읽을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와 추천한 분의 마음 씀까지는 공감하면서 읽는 자세는 필요하다. 지금까지 제대로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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