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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pr 23. 2023

새로운 일터의 색다른 즐거움

직장 주변의 맛집 찾아다니기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장소가 갑자기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일터가 마침 근처로 결정되어 생긴 생활상의 변화이다. 그 덕분에 이런 곳도 있었네!”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 부근의 영화관이 포함된 백화점에는 자주 다녔지만 주로 이용하는 곳은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백화점 주위로 한정되었고, 큰길 건너편에 있는 곳까지 구태여 찾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겉모습은 비교적 익숙해도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골목 안은 전혀 새로운 곳일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 특히 운전을 할 때는 도로와 교통흐름과 신호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기 쉽지 않다. 가끔 신호대기 할 때 주변을 둘러보는 잠시의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만 신호가 바뀌면 잊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걸어서 찾게 된 골목 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주로 점심 식사를 위해 찾게 되는 곳이지만, 눈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익숙해지는 정도가 다르다. 아직은 이곳 생활이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몇 번 다니면서도 낯설지만 차츰 익숙해질 것이다.


직장에는 구내식당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점심은 각자가 해결해야 하므로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주로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근처의 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런데 이것은 메뉴의 변화를 당연한 결과로 수반되는 색다른 즐거움의 일부가 되었다.


이 동네는 오래전에 서울의 북서쪽 외곽으로 이동하기 위한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던 곳이고, 지금은 환승 지하철역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주변에 오래된 맛집들이 많고, 자연스럽게 먹자골목으로 명명된 식당 밀집지역이 있다. 생긴 배경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사무실의 직원 중에 신규직원들에게 친절하게 주변의 식당가에 대하여 요모조모를 알려주는 고마운 분이 있다. 그날의 목표를 정하고 가는 중에 주변에 있는 식당들의 정보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듣고 보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은 저 집!’하면서 기약을 하게 된다.


식당마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많은 식당들과 다양한 메뉴는 한정된 근무 기간 중에 비록 기약하였던 식당이라도 모두 맛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선택에 앞서 설렘이 있는 작은 기대가 또한 즐거운 일이다. 


막상 마주한 음식이 모두 최고의 선택은 아닐 때도 있다. 가끔은 옆 식탁에 올려진 음식에 더 눈이 가기도 하고, 같은 식탁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그래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하나 보다.) 이것이 또한 웃음의 소재가 되는 즐거운 점심시간의 풍경이다.


더 좋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 근무처에서는 혼자 점심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수행하는 일에서 공통점이 적은 동료들과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었고, 특히 나이 차이에 따른 음식 선호도가 다르기에 별도로 가는 것이 일상사였다.


여기서는 동일한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는 동료들과 함께 한다. 각자의 개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메뉴 선정에는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나이 들면서 배려와 양보의 미덕이 발휘되는 것인가?) 같은 메뉴를 시키면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점심시간만은 사무실의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서 업무와는 무관한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오가며 걷는 시간, 줄 서서 기다리거나 주문 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도 즐거운 시간이 된다. 지금은 봄꽃이 막 지고 신록이 시작되는 계절, 그 속에서 걷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 역시 다시 찾은 일상 중의 하나이다.


혼자 식사하고, 식사 후에 홀로 걷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누구를 의식할 필요 없이 장소와 속도를 정하고서 적당히 걷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한담을 나누고 함께 웃으면서 걷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새 봄에 새로운 일터에서 시작된 새로운 직장 생활. 일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경력의 시작이어서 낯설기도 하고, 나의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기도 한다. 이런 긴장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봄날과 햇볕과 웃음이 좋다.


아직 날씨가 심하게 나쁜 날은 없었다. 봄비에 우산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정도면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비바람이 심한 날도 있겠지만 이 즐거움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니길 바란다. 험한 날씨에도 혼자가 아니기에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 주면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짧은 점심시간이 아쉽기는 하지만, 산책까지 겸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즐거움은 멀리 있지 않고 항상 가까운 곳에 있지만 찾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작은 즐거움도 모이면 행복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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