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아니고 일이 되는 독서
자격증 취득을 위하여 수험서를 읽는 것도 독서일까?
"글을 쓰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 해요.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으니까요. 독서를 취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독서는 취미가 아닙니다. ‘일’이에요. 독서는 전략적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기획독서를 하세요.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사서 씨름하며 읽어도 보고, 같은 주제로 연관된 책들을 기획해서 읽어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내 지식의 영역을 넓히세요. 취미로 하는 독서보다 훨씬 값질 겁니다. 이젠 생존독서를 하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니까, 이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더라고요."
- 최재천 교수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참 많다. 그중에 독서에 관한 것도 있다. 최재천 교수의 말씀은 독서에 대하여 진작 알았더라면 나의 인생의 진로에 대한 방향까지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주 보고 상기하는 말이다.
자기 계발에 관한 강의나 책을 접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독서를 권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이 모두 첫 번째로 권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을 알아가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최재천 교수의 말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두 실천하지는 못한다. 특히 ‘기획독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실천은 더욱 부족하다. 강연의 일부만 보고, 책의 전부를 읽어보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고, 독서(강연) 후에 작가(강사)의 의도를 살피기 위한 깊은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인 그래도 무슨 책이든 이 말을 상기하면서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은 기획독서를 해 보기는 하였다. 작년에 우연히 ‘브런치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어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좀 더 정리되고 정제된 글을 만날 수 있었던 공간에 나도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멀리 보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첫걸음을 이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찾아보았다. ‘늘 배움’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온라인 강의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강의에서 추천하는 책을 구매하여 보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작은 기획독서가 시작된 것이다.
책은 강의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을 알게 해 주었다. 강의와 독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잠깐 멈춤과 반복 그리고 강조’이다. 강의에서는 강약과 고저 등에 의하여 강조는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잠깐 멈춤과 반복은 책이 유리하다.
내 소유의 책에 줄을 긋거나 형광표시를 하고, 여백에 메모를 해도 좋다. 메모식 독서법을 포함한 다양한 독서법을 알게 된 것은 덤이다. 느끼고 생각할 여유를 주는 독서의 즐거움이다. 잠시 되돌아가 다시 읽고 멈추어서 음미하기에도 책이 좋다. 물론 전에 보았던 책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획독서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독서(讀書)는 사전적 의미로는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서(書)’에는 글을 쓰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독서는 넓은 의미에서 글을 읽고 쓰는 것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은 결국 동일체이다. 독서라는 투입물이 없다면 글쓰기라는 산출물도 기대할 수 없다.
글을 읽는 것에 단지 종이로 만들어진 ‘책’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다. 요즈음에 좋은 글귀는 책 보다 디지털 장비를 통하여 접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검색 기능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획독서가 쉬워질 수도 있다.
독서가 주는 감동은 반드시 두꺼운 책을 완독 하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 한 권을 쓰기 위한 노력과 시집 한 권을 쓰기 위한 노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수필이라고 하여 마냥 가벼운 글만은 아니다. 모두 존중의 대상이다. 고뇌의 흔적은 양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그 과정을 거친 글이라면 모두 아름다우며 읽는 것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이다.
즐거움을 주는 글을 읽는 것은 글이 담긴 수단과는 상관없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 글이 깊은 사유(思惟)를 거친 글이라면 즐거움은 더 커진다. 결국 깊이 생각하는 도구도 언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글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독서에 목적을 두지 않고 읽는 자체만으로도 좋다. 그래서 가끔은 모든 독서가 치열할 필요는 없어도 될 것 같다.
근간에 읽는 책은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수험서이다. 수험서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을 독서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랴, 뒤늦게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였으니 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호기심 탓인지 한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책도 기웃거리게 된다. 이것도 억지로 기획독서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자문해 보면서 속으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자기만족에는 끝이 없다.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하려면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 배우는 방법은 많은데 이왕이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배우는 것을 우선하고 싶다. 오래 하려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택해야 하고 독서는 그 동반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