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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n 25. 2023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몸의 변화는 세월을 비켜가지 않는다.

일주일 전에 운동 중에 부주의로 정강이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부딪친 순간은 무척 아팠지만 참을만하여 그냥 두고 있다가, 운동이 끝난 후에 씻으면서 보니 세 군데나 상처가 생겨 있었다.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피부만 벗겨진 상태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일주일 정도면 상처가 아물어야 하는데, 여기는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보인다. 주위가 온통 벌겋게 붓고 열감이 느껴진다. 20여 년 전에 다친 적이 있는 곳 부근이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어 이틀 전에 병원에 다녀왔다. 조제해 준 항생제를 먹으면서 지켜보다가 오늘 또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의 원장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나보다 더 걱정하는 듯이 보였다. 약은 잘 먹고 있느냐고 묻는 것을 시작으로 눌러보면서 탄력이 떨어지고 부은 곳을 아프지 않은 쪽과 비교하여 보여주었다. 없던 걱정이 슬그머니 생기려고 한다.


이틀 전에는 다치자마자 바로 병원을 왔더라면 더 빨리 나았을 것이라며 나무라더니, 오늘은 그래도 약만 제때 먹으면 된다고 안심을 시킨다. 상처를 소독하고 방수밴드를 붙여주는 손길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진작 올 것을 괜한 객기를 부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5일 뒤로 예약 날짜를 잡고, 약국에 들러 5일 치의 약을 받아 들고 오면서 생각하니 나이 탓인 것으로 느껴진다. 이까짓 상처에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야 하다니. 이제는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나이는 지나간 것인가. 약봉지를 보면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작은 상처에 병원을 몇 번씩이나 다니고 약까지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간호사 선생님의 근심 어린 주의사항을 다시 생각해 본다. ‘상처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라. 샤워 정도는 괜찮으나 뜨거운 물에 오래 담그고 있는 것은 피하라. 밴드를 붙인 곳에 물이 들어가면 새것으로 교환하고, 오염될 염려가 있으니 항상 밴드로 감싸고 있어라.’ 등등.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주는 것이 음주는 절대로 피하라는 것이었다. 가끔의 모임자리 외에 평소에 술을 가까이하지 않지만,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염려하여 알려준 것이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만약 술을 즐겨했다면, 이 작은 상처 하나로 인하여 잠시 동안이라도 삶의 즐거움 하나를 멀리해야 할 뻔했다.


몸의 작은 변화 하나로도 이렇게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근간에 몸에 작은 상처들이 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주로 모서리에 부딪치거나 긁혀서 생긴 상처들이다. 익숙한 공간에서 왜 이런 상처가 생기는 것일까? 마음은 아직 세월의 변화를 못 느끼지만 몸은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인가. 


이 상처들은 세월의 무게를 받아들이라는 경고의 메시지 일 수 있다. 몸의 변화는 경고 없이 오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경고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일상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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