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문 글지기 Jul 01. 2023

폭염 특보 속의 외출

진관사 연지원을 찾아서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7월의 첫날인 오늘은 소강상태다. 아니, 소강상태를 넘어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날씨로 자동차 바깥은 섭씨 3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금년의 후반부로 가는 휴일을 날씨 핑계로 미적대면서 보내기는 싫어서 아내와 진관사 계곡을 목표로 길을 나섰다. 


모처럼의 비가 오지 않는 휴일인 때문인지 길에는 차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10km 정도의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평상시 보다 20여분이 더 걸렸다. 진관사 일주문 앞의 주차장도 만원이어서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에어컨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진관사 계곡의 시원하고 맑은 물을 기대했었는데, 일주문 건너편에는 교육원을 짓는다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의 필요성이 있어서 결정된 일이겠지만 계곡의 본 모습이 자꾸 사라지는 현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모쪼록 산을 깎고 돌을 쌓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장마의 계절에 피해가 없이 마무리가 잘 되기를 바란다. 


상류 어디선가 장마에 대비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계곡물도 비 온 뒤의 많아진 수량과 맑은 물을 기대했었는데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외의 7월 북한산 한 편의 계곡 풍경은 마냥 좋았다. 장마철인 것을 잠시 잊게 해주는 푸른 하늘도 소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니 더 반갑게 느껴졌다.


절을 한 바퀴 돌고 연지원에 마주 않았다. 다행히 실내에 빈자리가 있어서 바깥의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앞에 놓인, 편강이 곁들여진 쌍화차와 대추차의 뜨거운 열기도 오히려 좋았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내를 위한 차 주문이었는데 옆 좌석의 팥빙수가 부럽지 않았다.


시원한 실내 공기와 뜨거운 차의 조화를 느끼면서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는지, 창밖의 능소화가 보였다. 제 철을 맞아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자태로 작은 마당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저절로 이 장면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카레라에 담았다. 


자세히 보니 나무 밑에는 도라지도 피어 있고, 더덕의 줄기도 어울려 있었다. 역시 자세히 보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얼마 만에 보게 되는 보랏빛의 도라지꽃인가. 자연과 상당히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장 더운 시간을 택한 7월의 나들이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모처럼 아내의 마음에 든 외출이었다는 것은 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