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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l 22. 2023

시험이 기다려지다니…

자격시험의 2차(실기) 시험이 끝났다.

계획된 우연’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계획된 우연이 여럿 겹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말은 아니고, 간단한 일에 인용해 보았다.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에 딱 좋다.


드디어 금년 3월부터 시작한 자격시험을 마쳤다. 두 달 전에 1차 필기시험에 응시하여 통과하고, 오늘은 드디어 2차 실기시험을 마쳤다. 결과는 앞으로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끝났다는 사실에 몸과 마음이 모두 가볍다.(사실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몸이 가볍지는 않다.)


시험을 응시하게 된 배경이 우연의 연속이었다. 적어도 세 가지가 중첩되었다.


첫 번째는 지인의 소개로 채용전문 면접관에 응시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일이다. 막연히 생각하던 분야였는데, 우연히 지인이 먼저 시작하고 추천해 주어서 준비할 수 있었다. 시작에서부터 우연이었으며 금년을 시작하는 계획을 수립할 때만 하여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접하게 되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고, 유사한 다른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나고 보니 성격이 많이 다르고, 준비의 정도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전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우연히 자격증 시험 준비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는 다른 지인의 소개로 ‘중장년 새 출발 카운슬링’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작년 말에 다니던 직장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새로운 일을 찾고 있을 때였다. 그 중간에 이수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좋은 과정이라는 지인의 추천에 덜컥 지원하고, 이 역시 우연의 일부가 되었다. 


이 교육을 이수한 결과는 지금의 직장에 지원하고 합격한 계기가 되었고, 오늘 마친 자격증도 도전하게 된 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를 지도하셨던 매니저님이 직접적으로 이 자격증에 도전하여 취득할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이수한 교육과정과 연계성이 크고,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컸다.

(추천해 준 지인과 지도해 주신 매니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세 번째는 지금의 직장 일 때문이다. 이 자격증이 없어도 어려운 경쟁을 거쳐서 합격되었으니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좀 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더 늦추지 않고 도전하게 되었다. 잘 한 결심이고 도전이었다.


이 나이에 자격증을 취득해 보아야 일천한 경력으로는 크게 쓰일 것 같지도 않았다. 명색이 국가고시 시험인데 쉽게 합격할 것 같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하루 여덟 시간의 일과를 하면서 준비한 다는 것이 지능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면까지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새로 대하는 학문에 재미도 있었고,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충되는 일들이 생겨났다. 시간을 염출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는 포기하거나 줄여야만 했다.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던 것을 (당분간) 포기했고, 운동 계획은 줄일 수밖에 없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휴일도 생각하기 어려워 빈도를 많이 줄였다. 웬만한 일은 ‘시험 끝나고 하지.’하면서 포기하였다. 밀린 일들이 많아지고, 당장 다음 주 토요일에는 우선 자동차 수리를 위하여 카센터에 들러야 한다.


그러니 시험이 빨리 끝나기가 기다려졌고, 시험일자가 다가오는 것이 긴장되기보다는 반가운 일이 되었다. 상대평가도 아니고 기준 점수만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인데, 그 정도는 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한 편이 되어 시험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랐다. 세상에 시험을 기다리다니… 


다시 생각해 보니, 시험을 기다린 것이 아니고 시험 끝나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공부를 제대로 하여 자신이 생겨서 어서 평가받고 싶다면 시험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시험 때문에 포기하거나 줄이거나 연기한 일들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던 것이다.


인생 2막을 위해서는 새로운 배움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자격증 준비는 그 과정이었다.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하다고 칭찬해 본다. 물론 이 배움과 자격증만으로 무엇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과정을 실천해 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옛날에는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에게서 배웠지만 지금의 시대 변화는 그것을 뒤집었다.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문물에서 조금이라도 이용하면서 살아남으려면 젊은이들에게 배워야만 한다. 그 과정은 젊은이가 노인에게서 배우던 시절보다는 여러모로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번에 몸소 느낀 점이기도 하다.


‘우연’이 중첩된 이번 도전이 끝나고 나니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다음에는 무엇에 도전할까? 

아내도 옆에서 슬쩍 응원의 말을 던진다. 어려움을 모르고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속도 모르고 부추기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아내도 남편의 시험 준비 때문에 양보하고 포기할 것이 많았으니 이것은 응원이 맞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작은 성공에서 오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나이에는 큰 복이다. 이제는 ‘나는 안 될 거야.’ 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사례가 생겼다. 이 즐거움을 혼자 누리지 않고 같이 누리면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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