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문 글지기 Jul 29. 2023

차가 오래되니 잔 고장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가니 몸도 마찬가지다.

시험 준비를 핑계로 미루고 있던 차량 정비를 하였다. 오른쪽 후사경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소음까지 난다. 원격으로 접고 펴는 작동 모터가 고장 난 것 같다고 한다. 직접 정비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정비공장에 의뢰하는 것이지만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주에는 더 미물 수 없었다.


정비공장에서는 점검을 하더니 역시 모터가 고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모터만 교환할 수가 없고 후사경 전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이 품목은 자주 고장 나는 품목이 아니어서 평소에 준비해 두지 않고, 고장 차량이 생기면 그때에 주문을 한다고 했다. 오늘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차량 연식이 제법 되어서 맞는 색의 품목이 없기 때문에 도색하고 마르는 시간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했다. 출퇴근 등에 정기적으로 운행한 차가 아니기에 아직 주행거리는 평균의 반도 미치지 않아 매년 보험료 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을 정도인데, 보이지 않는 곳의 고장까지 막을 수는 없나 보다.


후사경 조작이 자동이어서 이용하기 편했는데, 고장과 수리 측면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선주문을 하고 일주일 후에 주문한 품목이 도착하면 정비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작동이 자동화된다고 하여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말짱한 부분까지 교체해야 하고 비용은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동안 생활에 도움을 준 것이 많으니 차량 자체를 없애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지금 바꾸는 것도 외관과 주행거리 측면에서, 그리고 정기 검차 결과를 고려해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제는 평소 예방 정비를 잘하여 고장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잘한 고장은 감수하고 고치면서 타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차량만 세월을 비켜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다리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아 2주가 넘게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서 고쳤는데, 이번에는 때 아닌 기침감기로 1주일 넘게 고생을 했다. 


코로나 검사까지 하며 검진한 결과 별 것 아니라고 하더니, 점점 심해지고 밤에 기침으로 인하여 잠을 설칠 정도까지 이르렀다.(다행히 코로나 검사결과는 음성이었다.) 옆에서 자는 아내까지 깰 정도로 기침이 제법 심했다. 감기는 일주일 만에 낫는다고 하더니, 그 말 덕분인지 현대의 약이 좋아서인지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다. 


기침감기가 낫고 나니, 이번에는 어깨가 신통치 않다. 감기 때문에 움직인 것도 별로 없는데 심한 운동을 하고 난 후처럼 어깨가 뻐근하여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중복에서 말복으로 가는 시기에 냉방병으로 인한 감기를 앓고(의사의 진단), 기침 증상 후에 어깨 통증이라니. 


차량 정비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몸도 이제는 한계상황에 다다른 부분에서 불쑥불쑥 표시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몸 때문에 정신적인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고려해야만 하는 시기에 도달할 것 같다.


억지로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5개월 동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 생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생활리듬의 변화로 때문인 것으로 스스로 진단해 본다. 그리고 더 큰 몸의 고장이 오기 전의 자잘한 전조 증상인 것으로 여겨 오히려 고마워해야겠다. 


1:10:100의 법칙을 들은 적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여 100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전에 막을 수 있는 10의 전조 증상이 있었을 것이고, 평소 1의 예방 노력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년의 장마로 인한 피해를 뉴스로 접하면서 이 말을 떠올렸는데, 내 몸에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작은 상처가 오래가고, 여름 감기로 고생하고, 어깨 결림 현상까지 생긴 것은 더 큰 병이 오기 전에 몸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마음으로는 세월의 그림자가 나에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몸은 이미 또 다른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약해질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새로운 생활의 리듬을 만들고, 육체의 수준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해야겠다. 젊을 때처럼 더위에 맞서지 말고, 조금씩은 피하면서 즐길 수 있는 지혜를 갖추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험이 기다려지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