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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ug 26. 2023

세상에 같은 것은 없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자기 계발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 발전에 대한 욕망은 버리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관심사가 자연히 그쪽으로 기울고, 비슷한 주제에 대한 책이나 강연에 관심이 먼저 가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퇴근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웠다. 시내버스의 뒷좌석을 차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집에 오기까지 40여분 동안 휴대폰을 이용하여 오디오 북을 들었다. 이때의 주제도 주로 자기 계발에 관련된 것이었다. 간추려진 부분이기는 하지만 책 한 권의 내용을 음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건이 바뀌어 주로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유튜브에서 강연들을 듣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 결과 달라졌다는 내용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다독을 한 사례도 많다. 무의미한 삶이 수 백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완전히 새롭게 달라졌다는 강의에서는 감명을 받았다.


다독보다는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맞는 주제를 정하여 독서를 권하는 강의도 많다. 명확한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부럽다. 다독이든 기획독서이든 성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하다. 책에서 얻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대부분 책을 덮는 순간 그 책에서 얻은 것을 같이 덮는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도록 노력 중이라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자기의 삶에 지표가 되어 주었거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면서 책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영향으로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점에 신간 서적들은 늘 많다. 그중에서 어느 분야의 책을, 확신을 가지고 추천해 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각자의 목표와 개성이 다른데 함부로 추천하지 말라는 경고도 있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추천된 책이라고 하여 무작정 읽지도 말라는 것이다. 역시 올바른 지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고수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단지 ‘학문에 왕도가 없다.’라는 말을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얼마 전의 독서모임에서 색다른 서평을 준비해서 발표해 보았다. 구성원들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하면, 각자 읽고 발표준비를 한다. 한 자리에 모여서 발제자가 추천 이유 등을 발표하고, 나머지는 자기의 느낌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모임을 만들고 주관하신 분의 마음 씀과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다. 


이번에 추천된 책은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 저)였다.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서평을 작성하면서 먼저 쓰인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역경을 견디어 낸 것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이에 서양의 시각으로 바라본 업적을 비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서평을 준비하였다. 모임에서 크게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시각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 만족한다. 다음은 발표 의견의 일부이다.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 저)>를 보는 다른 시각


섀클턴은 사기꾼이다가진 것이라고는 성공하지 못한 남극 탐험의 경험이 전부인데, 성공 가능성도 보장 못하는 탐험에 영국 국왕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후원금을 받아내는 탁월할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섀클턴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신기록이라는 허울로 여러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사람이다. 그 보상을 생환과정에서 톡톡히 치르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또 시도하지만 결국 혼자만의 죽음으로 끝났다.


섀클턴은 현실 사회 부적응자이기도 하다. 허상만 쫓아다닌 사람이니 정상적인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임은 당연하다. 구인 광고를 보고 몰려든 5,000여 명의 사람들이나 선발된 27명이나 모두 허황되기는 마찬가지고, 당시 영국의 사회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위대하다. 사람들은 어렵게 산 정상에 오르고서 ‘정복했다.’라고 말한다. 무엇을 정복했는가? 자연이 정복한 사람의 발밑에 엎드려 복종하고, 가진 것을 모두 내놓기라도 했는가? 오만한 인간들은 ‘정복’이라는 말을 너무 남용한다. 

자연은 정복당하지 않았다. 단지 발길을 허락하였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웬만한 것은 묻힌다. 썰매 견들을 식용으로 삼은 것도 용서되고, 1차 대전의 참전을 피하고 탐험에 나선 것도 용납이 된다. 그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또 다른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막대한 예산을 들인 것은 거론되지도 않는다. 

밝은 일면만 보지 말고어두운 이면도 볼 수 있는 혜안의 필요함을 느낀다.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직 비교한다면, 현실에 안주하거나 이 현실을 만든 과거의 행적은 생각하지 않고 불평 중인 자신과 미래의 희망을 보면서 오늘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는 자신뿐이다. 


소나무는 유명 작가의 작품에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뒷동산의 각기 다른 모습의 소나무에서도 여러 가지를 보고 느낄 수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 있어도 다만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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