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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ug 20. 2023

8월은 매미의 계절이다.

‘처서’가 눈앞이고 또 계절은 곧 바뀌겠지…

오늘 아침도 매미 소리와 함께 시작이다. 그런데 그 강도는 일주일 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내도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수년을 땅속에서 기다리다 겨우 일주일 정도만 성충으로 지낸다는 매미들, 이제는 금년의 끝 무렵인가 보다.


7월의 장마철에는 매미가 없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금년의 장마가 끝났다’는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매미소리는 시작되었다. 어찌도 이렇게 자연의 시간을 잘 아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무더위는 매미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매미소리는 반가운데, 폭염과 무더위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옛날보다 주변에 잡초들이 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변을 풀들을 베기도 하고,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요즈음에는 방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씨를 맺은 풀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다음 해의 무성한 풀들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 속에서 지내는 매미들도 늘어나는 것인가. 어김없이 들려오는 매미소리도 금년에 더 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지 폭염일수가 작년보다 늘었다는 뉴스 때문이라 여겨본다. 도심의 작은 숲을 주위에 두고 있어서 여러모로 자연을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문득 작은 궁금증이 생긴다. 여름 내내 노래 부르고(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겨울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매미나 베짱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개미와 베짱이’는 부지런함과 준비성으로 비교대상이 되고 매미는 그런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워낙 매미소리가 크고, 베짱이는 흔하게 보이지 않아서 생긴 궁금증이기도 하다. 매미는 도심 주변의 숲에서도 잘 보이는데, 다른 곤충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애써 찾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릴 적 보던 방아깨비나 따개비, 풀무치와 여치 같은 곤충들도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




어제저녁은 모처럼 청계천 주변에서 외식을 하였다. 전날이 아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회사일로 제대로 함께하지 못하여 토요일에 다시 자리를 마련하였다. 식당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대화도 못하는 식사를 하고, 청계천을 거닐면서 조용하게 마무리하였다.


일찍 시작하였기에 청계천에는 아직 어둠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걷는 길이어서인지 가족단위의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외국인 가족들도 많이 눈에 보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리의 무리들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오리들이 있는 물가의 돌 사이에 약간의 높이 차이가 있다. 놀라운 광경은 그 경사면에 여러 가지 풀들과 작은 나무들이 무성하기는 하지만, 오리들이 전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털 고르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계심이 강한 오리들이 이제는 사람들을 더 이상 경계하지 않고, 그 정도의 거리와 수풀을 방패 삼아 자신들만의 일에 열중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다른 곳도 아니고 도심의 중앙을 흐르는 청계천의 물가에서 이런 광경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의 생활사가 바뀌고 도시의 풍경이 바뀌면서 생긴 바람직한 모습이다. 물속을 헤엄치는 커다란 잉어들도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먹이를 주는 대상으로 여겨 발소리에 몰려들기도 한다. 오리 가족과 잉어 무리들을 볼 수 있는 도심 속의 작은 하천, 참 좋은 변화라 여겨진다.


우리 동네의 모습이 바뀐 것이 있다. 예전에는 음식쓰레기를 뒤지는 무리는 길고양이들이었는데, 지금은 까마귀들이다. 고양이들은 경계심이 많아서 사람들이 보이면 피하고, 무리가 많더라도 조용했다. 쓰레기 봉지를 흐트러뜨리는 것도 범위가 좁았다.


까마귀들은 다르다. 우선 시끄럽다. 동료애가 강한 특성이 있다고 하더니, 먹이를 발견하면 동료들을 부러는 것인지 무척 시끄럽다. 사람들을 보고도 피하지도 않는다. 힘도 좋아서 골목길 전체를 쓰레기 잔해로 뒤덮어버리기도 한다. 청정지역에 산다는 까마귀를 도심에서 보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




작은 글이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 중의 하나는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을 작은 것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만들기 위하여 조금의 노력을 한다. 


아직도 매미소리는 여전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의 다름으로 매미의 종류를 가름해 보기도 한다. 새들도 많아져서 매미들을 쫒기도 한다. 갑자기 매미소리가 뚝 그칠 때는 그런 위험이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한가한 휴일의 아침과 잘 어울리는 매미소리다. 다음 주에는 '처서'가 있다. 절기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잊지 않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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