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우연은 늘 주변에 있다
계획하고 준비하면 새로운 길은 항상 열린다.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알게 된 용어들이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계획된 우연( Planned Happenstance)’이다. 참 재미있으면서 이율배반적인 말이다. 어떻게 ‘우연’이 계획될 수 있다는 말인가. 계획된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미 우연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계획된 우연’이란, 크롬볼츠(Krumboltz)의 사회학습이론 중 하나로써, 사람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우연적인 사건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서, 그 사람의 진로에 연결된다는 뜻이다. 영어의 의미를 우리말로 옮기도 나니 그 의미가 명확해진 것 같기도 하고,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가끔씩 주변에서 이것은 계획된 우연이 아닌가 하는 일들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지인이 책 한 권을 소개해 주었다. 김형경 작가의 심리훈습 에세이 <만 가지 행동>이라는 책이다. 1년 전이었으면 그 지인이 이런 책을 소개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소개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흥미가 없어서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몰입하여 순식간에 읽었다.
발간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책이었다. ‘심리 에세이’란 용어부터 호기심을 자극했고, 소설가답게 쉽게 써 주어서 읽기도 쉬웠다. 무엇보다도 요즘 대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이었고, 심리 관련한 용어들이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쯤 만나려고 계획되어 있었던 우연이라고 믿고 싶다.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분이 직업선택에 대한 검사 도구를 다룬 책을 보여주었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지만 끝까지 보지 않았던 책이라고 하면서 빌려주었다. 근간에 여러 가지 흥미와 적성에 관련한 검사도구들을 배우게 되었지만 이것은 비슷하면서도 나름대로 특색을 가진 검사 도구를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일주일도 되기 전에 그 검사 도구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온라인 강의 중에 접하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강의에서 그 검사 도구를 접하게 되다니, 대단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그 검사 도구를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온라인 강의 자체에 대한 흥미도 더해졌다.
내가 온라인 강의를 들을 것이라는 것을 서로 알지도 못했고, 그 강의 중에 같은 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더더구나 몰랐었다. 그런데 우연히 접하고 보니, 이것이야말로 ‘계획된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자주 접하고 있었는데 단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의미이다. 예를 들어 성공한 사람들 중에 성공 원인이 ‘운(運)’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절대로 운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성공한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게 된 것이다. ‘계획된 우연’이 중첩된 것이다.
운이 좋았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준비가 ‘우연히’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고, 그 효과가 중첩되어 성공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어떤 것은 의도하지 않은 시도였는데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神) 중에 ‘기회의 여신’은 뒷대머리이다. 기회의 여신을 잡으려면 앞에서는 가능하지만 지나가고 나면 머리카락이 없어서 잡을 수 없다. 준비된 사람은 다가오는 것이 기회인 것을 알아차리지만, 준비가 없으면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기회를 놓친 후에 후회하고 절망하면서 운이 없다고 말하며 남을 탓한다.
지금의 작은 실천들이 미래에 ‘계획된 우연’이었다고 회상하고 싶다.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준비였음을 알게 될 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면 그 결과는 훨씬 빨리, 가시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